20일 아침 최현욱(33ㆍ가명)씨는 테헤란로에 위치한 사무실로 출근하는 동안 트위터 화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평소 지겨웠던 지하철 통근시간이 이젠 오히려 기다려진다. 전날 강남당(#gangnam) 정기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문자 대화를 나누다 보면 훌쩍 시간이 지나간다. 트위터 삼매경에 빠져 내려야 할 역을 놓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오전 근무를 마친 최씨. 커피마니아 모임(#커피좋아한당_)에 가입한 회사 후배와 근처 브랜드 커피숍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후배와 함께 방문한 커피숍은 '커피좋아한당' 회원들이 추천한 가게다.
일과 후에는 골프로 뭉친 '골사모(#골사모당_)' 회원들과 삼성역 근처 스크린 골프장에서 만나 토너먼트 경기를 펼쳤다. 야구모임 (#yagu) 회원들과 21일 잠실경기장에서 벌어지는 롯데-LG 경기를 보려면 술은 적당히 자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최씨는 잠시 트위터를 닫았다.
'당'이라는 생소한 이름이 붙은 트위터 모임이 온라인 풍속도를 뒤바꿔 놓고 있다. '140자 소통' 위주였던 트위터 활동이 최근 들어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당'으로 불리는 소모임 위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
인터넷 커뮤니티 서비스 업체인 트윗애드온즈에 따르면 한국어로 소통하는 트위터 사용자들이 개설한 모임인 '당'은 지난 19일 현재 1만5,120개. 모임을 개설하고자 신청한 트위터 사용자들이 직접 설정하는 분류 카테고리는 친목이나 스포츠 같은 광범위한 수준에서만 16개에 달한다.
지금까지 개설된 '당'을 한 곳에서 검색할 수 있는 트윗애드온즈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어림잡아 5만~6만5,000명. 하루에도 평균 150개 모임이 간판을 새롭게 내건다.
한국트윗애드온즈를 운영하는 김병철 지우닷컴 이사는 "한국인들은 천리안이나 나우누리와 같은 4대 통신 시절부터 온라인 인연을 오프라인으로 이어나가려는 성향이 강했다"며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트위터 관계망은 한국인들의 특성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위터 소모임이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데는 모임 개설이 쉽다는 점이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임의 주제나 목적을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짓고 그 앞에 검색을 가능하게 하는 '#' 표시를 달면 된다. 모임 이름 앞에 우물정(#) 자는 '해쉬태그'로 이 뒤에 모임 이름을 붙여 적으면 같은 모임에 속한 사용자 사이에 서로를 알아보는 표식으로 활용된다. 트위터 세계에서는 번지수로 통한다.
이용자들은 트위터 당의 장점으로 기존 인터넷 카페와는 달리 모임 내부 정보가 차단돼 있지 않고 신속하게 흐른다는 점을 꼽는다. '강남당'에서 활동하는 한 30대 이용자는 "카페나 동호회는 정보를 공유하기 전에 가입을 요구했지만 이제는 해쉬태크만 붙여서 검색하면 끝"이라면서 "트위터 광장에서 소통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강남당' 당주인 허권(42)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트위터 모임은 가상공간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그만큼 신속하고 개방적"이라면서 "기존 포털사이트에서 가입한 카페에서는 모든 얘기가 막혀 있어 폐쇄적이었지만 트위터는 말 그대로 소통의 광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한 모임 관리자는 "여러 사람이 모이다 보니 회원들끼리 사기 사건에 휘말려 형사고발 직전까지 가는 일도 있다"고 털어놨다.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비슷한 취미와 공통점을 지닌 타인을 평가할 때 우리는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며 "가족이나 학교ㆍ직장과 같이 면대면으로 엮인 전통적 관계에서는 조건을 조작하기 어려웠지만 가상세계인 트위터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