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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9월10일] 불량상품 전시회 개최

요즘 세상에 불량품을 만들어 팔았다가는 아마 회사 문을 닫아야 할 거다. 소비자들의 수준도 그렇지만 정보전달 속도가 워낙 빨라 불매운동이라도 벌이면 견딜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 초입인 1970년대만 해도 불량상품이 주변에 수두룩했다. 기술력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기업들의 천민자본주의도 한몫을 했다. 당시 얼마나 불량상품이 많았던지 정부가 나서 불량상품전시회를 갖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1970년 9월10일 상공부는 국립공보관에서 불량상품전시회를 열었다. ‘소비자는 왕이다’ ‘불량품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는 소비자보호운동 구호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범람하고 있는 불량상품을 일반에 공개하고 고발하기 위한 행사였다. 상공부는 공해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불량상품을 근절하기 위해 시중에서 상품 5,200여점을 수집, 심사한 끝에 1,539점의 불량품 및 기준미달상품을 골라냈다. 무허가, 제조 불표시, 허위표시, 법정기준 미달, 상표도용, 외제위조, 허위 품질표시 등의 불량상품이 이날 전시됐는데 KS 제품과 대기업 제품도 규격이 맞지 않고 엉망이었다. 100% 실크넥타이가 사실은 화학사였고 짝짝이 양말이 한켤레로 포장돼 있는가 하면, 한번 빨면 우글쭈글해지는 와이셔츠도 있었다. 또 요일표가 한달도 안돼 서버리는 시계, 기름이 새는 석유곤로 등 그동안 소비자들을 속인 제품들이 전시됐다. 국내산업보호정책의 그늘에서 국제시세보다 비싼 불량상품을 멋대로 생산해내 폭리를 취한 기업들이 당시에는 수두룩했다. 그렇다면 요즘은 과연 국산품 애용하는 게 나라 사랑하는 길이라고 믿는 착한 소비자들의 발등을 찍는 기업들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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