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존심인 전자업체 샤프가 제조 기반을 해외로 이전한다. 엔고에 따른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해 근원적인 경영개선 방안을 모색하려는 자구노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생산기지를 떠나 U턴하던 일본 제조업이 최근 엔화강세의 직격탄에 버티지 못하고 다시 일본열도 탈출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샤프의 해외 이전은 여타 일본 제조 및 수출 기업들의 경영위기 대처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최대의 전자업체인 샤프가 생산비 증가 및 엔화 강세로 인해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9일 보도했다. 가타야마 미키오(片山幹雄·사진) 샤프 사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해외에서 팔릴 제품은 현지에서 만드는 생산방식으로 꾸준히 옮겨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올 들어 일본 제조업체들 중 생산기지를 이전할 뜻을 밝힌 기업은 샤프가 처음이다. 가타야마 사장은 “일본 내 생산비용 상승이 기술우위라는 메리트까지 상쇄할 것”이라며 “제조업체들이 수년 내로 일본을 떠나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샤프를 필두로 일본의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할 경우 수출의존형인 일본의 경제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샤프는 2008년 회계연도 손실이 당초 예상했던 규모의 두배인 600억엔(약 7,9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이 같은 생산전략 변화를 발표했다. 가타야마 사장은 “샤프는 생산모델 변화를 통해 엔고ㆍ무역장벽 등과 같은 외부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덜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임금이나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경쟁사들과의 싸움에서도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해외 공장을 여러 개 갖고 있는 샤프는 현지 법인에 지분을 넘기는 등의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샤프는 지난해 11월에도 이탈리아 전력회사인 에넬과 합작, 태양에너지 전지판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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