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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7월 30일] 경제정책의 두 얼굴

'경제학은 불황을 먹고 산다'는 속설을 증명하듯이 세계경제는 대침체(the Great Recession) 이후 대논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마자 구제금융과 재정지출에 대한 논쟁이 불을 지폈고 금융자유화의 잘잘못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면서는 추가 부양이냐 긴축이냐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또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은 신통치 않음에 따라 산업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허약한 환자에 藥은 毒 될수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쟁의 핵심은 경제학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논쟁이 깊어질수록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당혹스럽다. 그 이유는 경제정책이 천사와 악마의 두 얼굴을 가진데다 경제 체질이 많이 약해져 명암이 심하게 교차하기 때문이다. 지금 막 깊은 병을 않고 난 사람에게 부작용 없는 좋은 약은 그리 많지 않다. 약의 부작용은 허약한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 세계경제가 아직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으로 비유될 정도로 불안하다는 점에서 그릇된 정책판단은 자칫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갈지도 모른다. 조심스러운 처방을 해야 하는 의사는 환자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부양 대 긴축의 논쟁을 보자. 추가 부양에 반대하는 입장에는 두 갈래의 재정정책 무용론이 자리 잡고 있다. 하나는 정부가 감세나 재정지출을 해봤자 개인이나 기업은 미래에 세금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소비를 늘리기보다는 저축을 하거나 빚을 갚는 데 쓴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과잉소비와 자산버블로 흥청망청하던 경제는 시장 스스로의 청산과 자원 재분배를 통해 치유해야지 정부가 쓸데없이 개입하면 오히려 자체 정화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병에 비유하면 환자에게 항생제를 투여해봤자 내성만 생기기 때문에 스스로 체력을 보강해 회복해야 한다는 이치다. 중병이 든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어쩐지 무책임한 진단이라는 느낌이다. 반면에 현실적인 주장이 안고 있는 고민은 현재의 달콤함과 미래의 씁쓸함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이다. 주요국들이 단행한 전후 최대의 재정지출은 경기를 회복세로 돌려놓았으나 부작용으로 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재정지출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물가와 금리가 치솟아 경제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긴축론자들은 이제 각국 정부는 경제가 다소 험난한 길을 걷더라도 재정의 달콤한 손길을 거두고 자기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반면에 부양론자들은 재정지출이 민간의 소비나 투자 부진을 치유하는 보약인데 지금 약을 끊으면 오히려 정부 신뢰가 추락해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정책당국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난 6월 토론토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경기회복이 지속돼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언급하고 있어 재정지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도 추가 부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유로권은 일부 회원국들의 재정위기에 영향을 받아 긴축으로 선회하고 있다. 또 다른 위기막는 재정 축소 금융위기에서 새겨야 할 교훈이 있다면 누적된 자산버블이나 부채의 잠재적 폭발력이 아닐까 싶다. 지난 수백 년간 세계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똑같은 가르침을 수없이 남겼으나 경제주체들은 학습효과에 무관심했다. 모든 자산은 금융자산이건 부동산이건 간에 차입을 통한 증식의 달콤함에 빠지다 보면 거품이 터지고 나서야 거품임을 알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미래의 재정위기를 잉태하지 않기 위해 재정 감축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 위기를 우려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완화의 유혹을 물리쳤다. 이 모두가 현명한 선택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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