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누워 스마트폰 만지면… 무서운 결과
머리맡 스마트폰의 유혹… 잠 못 이루는 한국인전자기기 화면 빛이 숙면 방해 수면장애 환자 5년새 2배이상↑미등 켜고 조용한 음악 듣거나 취침전 따뜻한 우유 마시면 좋아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직장인 김미연(28ㆍ가명)씨는 몇 달 전부터 잠이 잘 오지 않고 잠들더라도 자주 깨는 등 불면증상으로 고민하다가 병원을 찾았다. 수면제 처방을 기대했던 김씨에게 의사가 내린 처방은 다름 아닌 '잠자기 직전에는 가급적 스마트폰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잠 못 이루는 한국인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3만여명(년간 환자 수 46만명 추정)에 이른다. 2011년에만 수면장애 환자 수가 32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매우 가파르다.
2007년 18만명에 불과했던 수면장애 환자 수가 해마다 20% 이상 급증하며 지난해 46만명을 웃돌아 최근 5년 새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수면장애는 정상적인 수면을 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후군 등이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중년 이후 고연령대 환자가 많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젊은층 수면장애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수면장애를 악화시키는 새로운 요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20대 이하 젊은 수면장애 환자 수는 1만7,000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화면에서 방출되는 빛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고 몸을 긴장시켜 잠들기 어렵게 한다"며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만드는 멜라토닌은 단 수십초 동안만이라도 강한 불빛에 노출되면 그 분비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권주영 서남병원 신경과 전문의도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의 작은 글씨와 밝은 화면에 집중을 하게 되면서 몸의 긴장상태가 계속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수면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녁 시간 이후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잠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금물이다.
한 원장은 "잠이 잘 오지 않으면 미등을 켜고 책을 읽거나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며 "형광등과 같은 강한 빛을 켜 놓거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행위 등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되도록이면 낮잠을 피하면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담배ㆍ커피ㆍ콜라ㆍ술 등의 수면을 방해하는 식음료 섭취는 피해야 한다. 우유에 함유된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은 안정을 취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따뜻한 우유를 잠자기 전에 마시면 수면에 도움을 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수면장애를 방치할 경우 학습장애, 능률저하, 교통사고, 정서장애, 사회 적응장애 등의 원인이 되고 이미 앓고 있는 내과적ㆍ신경과적ㆍ정신과적 질환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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