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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침체 탓에 자산가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부동산 시장에도 최근 돈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고가 대비 폭락 수준인 저가 급매물과 정비계획안이 수립된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 여기에 올해부터 금융종합소득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강화되면서 자산 포트폴리오가 금융 부문에 편중됐던 자산가들 역시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모습이다.
아직 부동산 경기를 상승세로 돌릴 만큼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서서히 회복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파격적인 정책까지 내놓을 경우 확실한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경기 불확실성이 그동안 자산가들이 투자를 꺼리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새 정부가 약속했던 정책들을 조속하게 시행한다면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종합소득 과세 강화로 자금유입 징후=서울의 한 대학에서 전임교수를 하고 있는 김모(54)씨는 최근 시행사에서 원가에 내놓은 수익형 부동산을 계약했다.
김씨는 "금융권에 근무하는 남편이 그동안 부동산 투자에 반대했지만 금융종합소득 과세
과표구간이 늘어나자 적극적인 부동산 투자를 권했다"고 말했다.
금융종합소득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수억원의 여유자금을 갖고 있는 투자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금융소득이 3,000만원인 경우 금융소득 원천징수가 15.4%로 종결됐으나 올해부터 2,000만원을 초과하는 1,000만원에 대해 적게는 11만원에서 많게는 264만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금융자산이 6억~7억원가량 있는 사람들이 주요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절세를 하기 위해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가 취득세 감면 연장을 약속했고 글로벌 부동산 경기가 풀리고 있다는 관측도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현금을 갖고 있는 것보다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절세에 더 큰 도움이 된다"며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할 경우 부담부증여로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CF의 효과 누리는 송도=지난해 10월 인천 송도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지역으로 발표된 후 송도지역의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정주환경이 탁월해 한때 인천의 강남이라고 불렸지만 개발계획대로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지 않자 미분양의 진앙지로 전락했던 송도가 GCF 유치 두 달여 만에 1,000여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팔아 치운 것.
S중개업소 관계자는 "채드윅국제학교 등 학군이 매우 우수하기 때문에 강남권 거주자들의 문의가 많다"며 "아직은 기존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대비 매우 저렴한 상태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문의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 꿈틀=사업추진이 지지부진 했던 탓에 관심 밖이었던 강남 재건축 시장에도 투자자들이 다시 출현하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 가락시영,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1~4단지에 이어 올해 둔촌주공 등 강남권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는 매머드급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정비계획안을 확정하면서 불확실성이 걷혔기 때문이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그동안 재건축 단지의 경우 매수보다는 매도에 대한 컨설팅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정비계획안도 확정되고 가격이 고점과 비교해 30~40% 하락한 만큼 저가에 매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재건축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의 정비계획안 확정 이후 이 일대 중개업소는 매수 타이
밍을 묻는 수요자들의 문의전화로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둔촌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비계획안 확정 이후 일주일 만에 58㎡형(이하 공급면적)과 102㎡형을 각각 5억500만원, 6억3,800만원에 팔았다"며 "호가는 2,000만~3,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전했다.
◇올해 신규 주택시장 수도권이 관건=지난 몇 년간 전국의 주택시장을 좌지우지했던 것은 부산과 경남 등을 앞세운 지방이었지만 올 한 해 주택시장의 향배는 수도권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거환경이 양호한 서울 지역에서 9년 만에 가장 많은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이 공급되는 한편 동탄2신도시와 위례신도시 등에서 브랜드를 앞세운 대형건설사들의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지난해 수도권 최대 관심지역은 동탄2신도시였다"며 "성공리에 분양을 마감한 이들 지역 물량이 연이어 나오고 동탄보다 입지가 양호한 강남권 재건축ㆍ재개발 물량, 위례신도시 등에서 공급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 위주로 수요자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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