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7일 재할인율을 전격 인하함에 따라 미국ㆍ유럽ㆍ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거나 인상하는 기조를 재고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의 파문으로 전세계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고 신용경색이 실물경제에까지 파급돼 경기침체를 야기하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과 경기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RB는 재할인율을 연 6.25%에서 5.75%로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조만간 정책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FRB가 성명에서 미국경제에 경기하강(downside) 리스크가 있다고 인정했듯이 재할인율 인하만으로는 이를 제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재할인율은 민간은행들이 FRB로부터 직접 자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다. 민간은행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상황이 흔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할인율 인하만으로는 유동성을 획기적으로 늘리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도 금리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실물경제의 가시적인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퍼시픽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PIMCO)의 폴 매컬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FRB가 경기하강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오는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75%로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리조정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FRB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유럽중앙은행(ECB)은 당초 9월 추가 금리인상을 모색해왔으나 인상시기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ECB는 9일 자신의 앞마당에서 프랑스 최대은행 BNP파리바의 펀드상환 동결로 전세계적으로 신용경색 위기가 고조된 후부터 지금까지 2,112억유로(약 2,900억달러)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통해 긴축을 부르는 것은 분명 무리한 상황인 셈이다. 23일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일본은행도 동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행은 2월 지금의 기준금리 0.5%를 만든 상황에서 이번에는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도쿄증시가 폭락하고 엔고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금리인하와 유럽ㆍ일본의 금리동결에 대한 전망은 주로 시장 참여자들, 특히 서브프라임 부실 파문으로 큰 손실을 경험한 투자은행과 관련 애널리스트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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