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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품의 가격은 3만원이십니다"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화장실은 왼쪽이세요" 당사자가 아닌 사물(事物)을 높여 말하는 '사물 존칭(尊稱)'은 이제 '일상어'처럼 흔하게 들린다. 다행히 요즘은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바른말 캠페인 등으로 사물 존칭이 어법상 잘못됐다는 것을 웬만한 이들은 다 안다. 최근에는 커피업체들이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컵 홀더에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저희 매장에서는 사물을 고객님보다 높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써 붙였다.
존칭의 잘못된 사용은 비단 사물 존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역시 서비스 업계에서 자주 듣는 "○○하실게요"라는 말은 화자(話者)와 청자(聽者) 누구에게도 쓸 수 없는 모순된 말이다. 듣는이에게 그 행위를 하라고 시키는 것인지 말하는 사람이 한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두 번 이상 높이는 '이중 존칭'도 있다. 이를테면 '사모(師母)'는 스승의 부인을 일컫는 최상급 존칭이지만 요즘에는 웬만한 나이 많은 여자에게 대부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과장·부장과 같은 직급에도 장(長)이라는 높임의 뜻이 있어 '부장님'으로 부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두 번 존칭하는 것이다. 이럴 때는 '님'의 과잉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 통념상 윗사람인 부장을 부를 때 그냥 '김 부장' '이 부장'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아드님' '따님' 같은 말은 예의에도 어긋나는 명백히 잘못된 과잉 존칭이므로 쓰지 말아야 한다.
사물에 이어 두 번 존칭을 붙이는 것으로도 모자라 서술어까지 존칭을 쓰고 있다. 이른바 '존칭의 과잉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잉 존칭은 사실 서비스업의 관행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고객서비스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사물 존칭이라는 '존댓말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고객을 넘어 사물에까지 과도한 존칭을 쓰는 습관이 굳어져 쓰는 당사자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과잉 존칭이 누구를 높이는 것인지도 모른 채 남용된다는 점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을 베풀고 있다면 굳이 이런 존칭을 쓰지 않더라도 친절함이 배어날 것이다. 유통업계에 30년 가까이 몸담은 필자도 이런 점에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 업계의 잘못된 관행으로 모든 것을 탓하기에는 우리 일상 속의 관습이 벽처럼 견고하다. 언어는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존칭 과잉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현대인에게 '선제적 자기방어'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잘못된 존칭 사용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습관을 바꾸는 노력과 더불어 개개인의 의식 변화와 성찰이 수반돼야 한다.
'타인을 배려하기보다 윽박지르고 때로는 스트레스를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의 '갑'을 욕하지만 나도 모르게 '갑'으로 행동하지는 않는가' '존중하기보다는 대접받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등 과잉 존칭의 폐습을 바꿔나가야 할 유통업계 최고경영자(CEO)에서 존칭을 받는 반대편으로 입장을 바꿔 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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