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문예부흥) 시대 이탈리아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에 정치적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과 ‘프리마베라(봄)’, ‘성모대관’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 가운데 ‘프리마베라’는 8명의 인물과 큐피드를 묘하게 배치한 구도가 전문가들의 탐구욕을 자극, 다양한 해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통설은 맨 오른쪽의 인물은 2월이며, 9월을 상징하는 맨 왼쪽의 인물까지 월력의 순서로 배치됐고, 인물들이 저마다 취하고 있는 포즈는 인생과 미(美)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그러나 로마에 있는 라 사피엔차 대학의 엔리코 기도니 교수는 최근 펴낸 해설서에서 보티첼리는 당시 르네상스의 융성에 크게 기여한 피렌체의 군주 ‘로렌초 디 메디치’의 조카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었고 ‘프리마베라’는 바로 ‘로렌초’의 정치적 이상을 형상화했다고 주장했다. 8명의 인물과 큐피드는 피렌체를 포함해 15세기의 이탈리아의 정치역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도시국가들을 상징한다는 것. 통상 ‘플로라(꽃의 여신)’로 해석되는 여인은 피렌체를 가리키고 큐피드는 ‘아모르(사랑)’의 신으로 로마에 해당하며 오른편의 넘어지는 여인은 ‘베르(봄)’라는 이름에서 보듯 베네치아로 유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왼편에 모여있는 3명의 여인은 당시 해상권을 놓고 경쟁하던 피사와 나폴리, 제노바라고 해석했다. 또 맨 왼쪽의 강인해 보이는 인물은 군비면에서 막강했던 밀라노, 중앙에 배치된 인자한 모습의 여인은 만투아이고 맨 왼쪽에서 ‘베네치아’를 밀고 있는 인물은 지도상으로 베네치아의 동북쪽에 있던 볼차노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