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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디자인이 꿈꾸는 만인의 세상

'모두를 위한 범용성' 지향<br> 공공시설·서비스 영역 필수요소<br> 지차체마다 브랜드화 전략 수립


유니버셜 디자인을 접목한 집기

앞뒤 구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토일렛(위)
뽑기 쉬운 플러그(아래)


최근 인테리어, 도시설계, 산업, 제품 등 모든 디자인 분야를 통틀어 최대 화두를 꼽는다면 단연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국내 최초로 대전시청사가 국내 유니버설 디자인 공인 인증이라 할 수 있는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1등급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각 지자체들이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현한 시설물 설립 계획을 속속 발표하면서 어느 때보다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유니버설 디자인은 '모두를 위한 범용 디자인(Design for all)', 인본주의적 디자인을 말한다. 누구도 제품이나 장소의 사용에 소외받지 않아야 하며 여성이든 남성이든 어린 아이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소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장애인의 신체적 결함 정도와 종류에 따라 특화된 제품을 디자인하는 '장벽 없는 디자인'(Barrier Free)과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녔던 미국인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는 1990년 '특별한 개조나 특수설계 없이 가능한 한 모든 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기획한 제품이나 환경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내건 조건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가(Equitable) ▦어떤 환경에서든 사용할 수 있는가(Flexibility in Use) ▦특별한 설명 없이도 직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Simple and Intuitive) ▦간편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Perceptive Information) ▦오작동에 대처할 수 있는가(Tolerance for Error) ▦물리적인 노력이 적게 드는가(Low Physical Effort) ▦크기가 적당한가(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 등 7가지였다. 최근 유니버설 디자인이 각광받는 이유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다양성의 정신이 사회에 녹아들면서 적어도 공공시설과 서비스 영역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 대회 휩쓴다=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이 각광받게 되면서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 국내 디자인 콘테스트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 작품의 수상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 6월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선정하는 '2009년 상반기 우수디자인'에는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취약계층이 함께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된 제품이 대거 선정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 디자인진흥원측은 "표준화, 규격화, 경제적 효율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에서는 일부 사용자들만의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들이 주목받았으나 이제는 인간중심의 관점에서 모두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을 해외 디자인 대회에 출품한 한국 학생들도 속속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2007년 범용 화장실(universal toilet)을 디자인해 세계 3대 산업디자인 대회인 레드닷, iF, IDEA를 모두 휩쓸었던 김창덕 씨는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 회사 디자인컨티늄에서 밀라노 인턴 디자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같은해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콘셉트 디자인 부분에서 눈으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샴푸와 린스를 구분할 수 있도록 질감을 달리한 용기 디자인을 선보인 성정기 씨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지난해에는 네 자리 숫자를 점으로 표시한 시계를 디자인한 조선대 제품실내디자인과 학생인 정재규 씨가 동일 부문에서 수상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 제품의 상용화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데다 '착한 소비'를 즐기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선택받을 수 있는 디자인은 제품의 시장성이 더 높다. 하지만 국내에선 유니버설 디자인보다 특정 장애에 특화된 제품을 만드는 '배리어 프리'(장애물 제거) 수준에 그치는 제품이 많다. 다행히 유니버설 디자인 도입에 적극적인 곳은 지자체들이다. 최근 도시들이 브랜드화 전략을 수립하면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핵심 브랜드 가치로 내세운 곳이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시는 2010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UD City) 구현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대전시청사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시설로 리모델링, 지난해 7월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도입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BF)' 심사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주시와 화성시도 지난해부터 모든 공공 건축물과 시설물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개방된 휴식공간을 만들고 건물 내부에 이용자를 위한 정보를 표시할 때는 일관된 색채와 서체를 사용하는 한편 장애인이나 어린이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 및 공간을 재배치한다는 것이 구체적인 계획이다. ◇유니버설 디자인 강국 일본에서 배워라=국내에서는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직까지 유니버설 디자인을 실현한 제품이 많지는 않은 데 비해 일본에서는 이미 유니버설 디자인이 상품의 기본요건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게 된 일본은 73년부터 공공건물을 휠체어사용자나 시각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정비했고 2005년에는 교통시설을 정비했다. 제품 시장에서도 유니버설 디자인은 필수요소로 꼽힌다. 사람이 다가서면 'G선상의 아리아' 등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의 뇌파인 알파파를 발생시키는 클래식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되고 밤중에는 발밑에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는 변기, 장갑과 고글을 낀 상태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 등은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된다. 무릎을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도 꽤 있다. 바늘 홈에 실을 얹기만 해도 한번에 실을 꽂을 수 있는 셀프 바늘, 통화상대의 대화 속도를 늦춰 쉽게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하는 전화기, 어두운 장소에서는 초바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계, 앉았다 일어날 때 반동으로 엉덩이를 밀어올려주는 의자들은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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