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선 후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 고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았다. 야당대표로는 처음이다. 지난번 야당의 대선후보가 됐을 때는 찾지 않던 곳이다. 달라진 모습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경선과정 내내 "과거의 문재인이 아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결기가 느껴진다. 권력의지가 훨씬 강해졌다. 정면대립을 피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다. 이 같은 '문재인 현상'의 결론은 하나다. 2017년 대선을 향한 야당의 진군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야당이 '문재인'이라는 분명한 '대선주자'를 전면에 내세워 진군을 시작한 마당에 여권은 아직 누가 주자인지조차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여당에서 이런 적이 없었다. 대개 유력한 대선주자가 있었다. 전두환 정부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 노태우 정부 당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렇다. 김영삼 정부 때는 이회창 전 총재, 김대중 정부 때도 이회창 전 총재였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있었다. 지금처럼 대통령 임기 3년 차 임에도 뚜렷한 여당 내 대권주자가 나오지 않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여권의 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결과를 보면 야권 후보가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한국갤럽의 지난 1월16일 발표를 보면 1위 문재인 대표, 2위 박원순 서울시장, 3위 안철수 의원 등이다. 그 다음이 김무성 대표,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홍준표 경남지사 등이다.
與 유력 대권주자 없는 초유의 사태
김 대표는 비록 전체 1위는 아니지만 여권 후보로서는 여러 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선을 향한 김 대표의 이미지 메이킹 역시 시작됐다. 최근 경제 관련 메시지를 자주 내놓는 등 민심에 다가서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최종적으로 여권의 대선후보가 되겠는가 하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확실히 답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와의 관계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직도 감정의 앙금이 쌓여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사전 통지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여권의 차기 주자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되면 김 대표가 보수세력의 대표로서 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다.
친박의 고민은 더욱 깊다. 시중에 거론되는 대선후보 중 친박은 눈에 띄지 않는다. 국회의장, 새누리당 대표,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비(非)박에 연전연패하면서 사기도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거론되는 인물이 이완구 총리 후보다. 이 후보가 청문회 위기를 잘 넘기고 총리 역할을 잘 수행하면 친박의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도 원만할 뿐 아니라 충청권의 대표주자로 부상하고 있어 득표력에 있어서도 괜찮은 카드다. 전통적으로 충청도에서 이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야당이 집중적으로 이 후보 흠집내기에 나선 것도 이러한 까닭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의 대선 경쟁판도를 예상해 최대한 이 후보에게 타격을 입히겠다는 의미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친박의 카드 중 하나로 읽힌다. 하지만 최 경제부총리의 정치적 운명은 우리의 경제상황과 연관돼 있다. '박근혜 정부 경제 =초이노믹스'로 동일시되는 상황에서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그의 정치적 미래도 밝지 않다.
최 경제부총리와 함께 대구경북(TK) 출신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당내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이번에 차기 대선주자로 부상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유 원내대표가 당내 개혁파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차기 대선 어젠다가 양극화 완화, 경제민주화 쪽으로 쏠리면 그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 공감 이끌고 비전 제시해야
정몽준 전 의원 역시 유력 카드 중 하나다. 지금은 원외로 경영(현대중공업)에 더 신경을 쏟고 있지만 언제든 여의도로 돌아와서 대선주자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비록 지금 여당후보가 뜨고 있지 않지만 누구라도 공정한 경쟁을 거쳐 결정되면 보수세력이 결집하면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 역시 여권을 단합시키는 힘이다. 관건은 국민과의 공감능력, 그리고 시대정신에 합당한 비전 제시다.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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