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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爲己<위기>'

새해가 밝은 지 닷새째를 맞습니다. 새해 아침에 했던 다짐들은 잘 지키고 계시겠지요. 어느 설문조사를 보니 새해 목표를 남성은 금연, 여성은 살빼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더군요. 모두들 돈, 돈 합니다만 결국은 자기 몸 돌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요. 자기 몸만큼 소중한 것도 없지요. 몸이 실하지 않고서는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몸을 혹사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매년 새해 건강을 다지겠다고 다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됩니다. 살기가 고단해서 그러겠지요. 불과 며칠 전인 연말은 어땠습니까. 송년모임에서 적당히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줄행랑을 치지는 않았던가요. 즐거워야 할 송년모임이 고통스러웠지요. 어디 몸만 고통스러웠습니까. 마음은 또 얼마나 망가뜨렸습니까. 남을 헐뜯고 질책하고 비난하는 게 대화의 대부분이 아니었던가요. 우리의 삶에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남을 헐뜯으니 속이 후련해졌던가요. 결국 화만 더 나지 않았습니까. 화는 밖으로 드러낼수록 더 치미는 법입니다. 마음이라는 꽃밭을 화라는 못된 녀석이 마구 헤집고 다니며 엉망진창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새해에는 나와 상관없는 하찮은 일, 며칠 지나면 가물가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일로 비분강개하지 맙시다. 올해를 ‘위기(爲己)의 해’로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위기라고 해서 이기적으로 살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실천해보자는 것입니다. 나를 참되게 사랑할 줄 알아야 남도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기성찰에 힘써봅시다. 남을 탓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남의 탓은 당장 책임을 회피하고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내 탓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더군요. 올해는 ‘네 탓이오’보다는 ‘내 탓이오’를 외칩시다. 욕심 보따리도 조금씩 줄여나갑시다. 모든 불행은 능력 이상의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생깁니다. 과욕만큼 사람을 망가뜨리는 것도 없습니다. 능력은 10인데 20을 하려니 세상만사가 불만이고 짜증이 납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도 급해지고 조급증이 납니다. 능력만큼만 일하고 능력만큼만 씁시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참된 부자(知足者富)라고 하지 않던가요. 위기의 첫걸음은 바로 허영심을 버리는 것 같습니다. 허영심은 남에게 뻐기고 싶어하는 망상입니다. 허영심은 끝없는 재물욕을 자극하지요. 요즘 일부 금융회사들이 적어도 10억원은 있어야 노후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 것도 이런 허영심을 이용한 상술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까요. 혹여 10억원을 가지고 있다 해도 부모에게 기대기 좋아하는 자식들이 그 돈을 가만히 놓아둘까도 걱정입니다. 봉사에 열심인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덧셈의 고통보다는 뺄셈의 기쁨이 더 크다고 하더군요. 끝없이 욕망을 채우려는 덧셈의 끝은 결국 허무입니다. 덧셈은 끝이 없습니다. 풍선을 계속 불면 언젠가는 터지듯이 탐욕의 끝은 결국 파멸로 끝납니다. 그렇지만 나눔과 베품인 뺄셈은 끝장을 보지요. 인생에서 끝장을 보는 것만큼 마음 후련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뺄셈은 뺄수록 커진다고 합니다. 그 빈 공간에 기쁨과 감사가 대신합니다. 퍼낼수록 더 맑은 물이 고이는 옹달샘처럼 뺄셈의 인생은 뺄수록 행복으로 채워집니다. 위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에 충실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 채 과거에 너무 집착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매 연말마다 “한해 동안 뭘 했지?”하고 허탈해 하는 것도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오직 지금 이 시간뿐입니다. 현재를 뜻하는 영어의 Present가 선물이라는 또 다른 뜻이 있는 것도 현재를 가장 값진 선물로 받아들여 감사하게 사용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우리 모두 새해에는 '위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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