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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초능력자

[새영화] 초능력자


길을 걷던 사람들이 무언가에 홀리듯 일제히 멈춘다. 어떤 이는 건물 밖으로 스스로 몸을 던지고 어떤 이는 생전 처음 본 사람을 구타한다. 그들을 움직이는 건 호리호리한 몸에 덥수룩한 머리를 한 남자의 회색빛 눈. 바로 '초능력자'다. 세상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은 SF 소설이나 만화에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고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이 특별한 능력은 평범한 이들을 '영웅'으로 등극시키곤 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영화 '초능력자'에서 강동원의 초능력은 신나 보이지도, 영웅으로 만들어 주지도 않는다. 영화 속 초능력자는 오히려 세상 모든 것에서 소외된 외톨이일 뿐이다. 봉준호와 김지운 감독 밑에서 조연출로 일해온 신인 감독 김민석은 초능력자라는 소재를 음울하고 강렬하게 그려내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찾기 어려웠던 색깔의 영화를 완성했다. 강동원과 고수라는 대표 꽃미남들을 통해 밝고 쉽게 그릴 수 있었던 영화를 어둡고 독특한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고 설명은 불친절하다.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강동원)의 능력이 유독 평범한 청년 임규남(고수)에게만 통하지 않자 초능력자가 임규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왜 초능력자가 그런 능력이 생겼는지, 왜 임규남만 통하지 않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또 초능력자가 사람들을 조종하고 죽이는 장면은 지속적으로 반복돼 관객을 불쾌하게 만든다. 꽃미남들의 얼굴 외에 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초능력이 등장하는 SF영화가 아니다(SF영화라 하기엔 딱히 눈에 띄는 특수효과도 없다). 감독은 초능력자를 절름발이로 설정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조연으로 출연시켜 소외된 자들의 모습을 판타지를 빌려 표현했다. 또 봉준호ㆍ김지운 감독에게 배운 듯한 어두운 분위기에서 나오는 유머도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승전결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밝은 할리우드식 영웅담은 아니지만 영화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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