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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노는 것도 경쟁력이다

지난 83년 1월 이라크의 바그다드. 이란-이라크 전쟁이 소강상태로 들어섰지만 멀리서 포성이 들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해외현장 근무 때 가끔씩 짬을 내 포니 픽업을 타고 티그리스 강둑을 달리면서 쓴 습작시 ‘티그리스강의 아침’은 필자의 ‘잡기’ 신호탄이다. 필자에게는 홍보부장이라는 타이틀 외에 시인, 마라토너, 기공의 달인, 연극인, 재즈 댄서라는 호칭이 따라붙는다. 각각 나름대로 아마추어 이상의 수준이다. 비슷한 연배의 직장인들은 이 같은 나의 활약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바쁜 회사생활 중 언제 시간을 내서 그 많은 걸 하냐는 것. 필자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건 십여년 전 아침 회의 중에 무심코 내뱉은 실장님의 우연한 한 마디다. 모처럼 다섯 시간을 잤더니 그동안 쌓인 피로가 풀렸다는 것이다. 수험 공부할 때도 다섯 시간 이내로 자본 적이 없는 필자로서는 방망이로 머리를 두들겨 맞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퇴근 후 삼 년을 투자해 무난히 등단하고 현재 ‘신사동시’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소심한 성격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져 건강을 해치게 돼 단전호흡에 발을 들이게 됐다. 생활처럼 꾸준히 십여년을 하다 보니 어느새 기(氣)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건강이 회복되자 내친 김에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해 매주 토요일 한강 변을 달렸다. 풀 코스에도 네 번 도전해 두 번 완주했다. 요즘은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못다 이룬 배우의 꿈을 이루고자 생활연극 네트워크에 가입해 아마추어 연극무대에 서고 있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어떻게 하느냐고 의아해 하지만 사실 한 가지씩 퇴근 후 일주일에 단 하루 저녁을 투자했을 뿐이다. 일정 수준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적으로 유지된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고 남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제는 노는 것도 경쟁력이다. 여가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에 활력을 주고 회사생활도 즐겁게 할 수 있다. 필자의 다양한 캐릭터는 각종 모임에서 오십이 넘은 필자를 당당히 엔터테이너 자리에 세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이제부터 도전해보자. 생각보다 무척 쉽다. 일주일에 단 하루 저녁만을 나를 위해 투자하라. 내 인생이 경쟁력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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