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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3월 19일] 주택업계의 '냉가슴 앓이'

실험실의 햄스터 한 마리가 다른 햄스터에게 말했다. "나는 저 학자를 길들였어. 내가 이 버튼을 누를 때마다 저자가 나에게 먹이를 가져다 주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최근 인기를 끈 그의 장편소설 '신'에서 다른 입장에서 보면 전혀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한다. 미국의 대표적 미래컨설팅회사인 WEB사의 사장 에디 와이너와 회장 아널드 브라운이 쓴 미래경영서 '퓨처싱크'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외계인 2명이 지구를 찾아와 지구 지배자에 대한 관찰 보고서를 낸다. "지구는 다리가 네 개 달린 자동차가 지배한다. 다리가 둘 달린 인간은 그들의 노예다. 인간은 밤낮으로 일하고 자동차는 주차장이라는 곳에서 어울려 논다." 보금자리주택이 민간시장 위축 제3자나 정반대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굳이 사례로 든 이유는 보금자리주택을 바라보는 주택업체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물론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정책이니만큼 대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삭이고 있다. 주변시세의 최대 절반가격에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에게는 집을 장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경쟁률이 수십대1에 이르는 게 이를 입증한다. 입지도 좋다. 대부분 서울 근교고 강남권에서도 나온다.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도 강남 지역이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로서도 명분이 생겼다. 지방 신도시보다는 도시 근처에 서민이 살 주거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비닐촌으로 가득 찬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논리가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는 올해 18만호 공급을 비롯해 오는 2018년까지 150만호를 짓겠다는 야심 찬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멋진 계획이 주택업체에는 두려움으로 다가서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이 '블랙홀'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주 본지가 국내 건설ㆍ주택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모두 보금자리주택이 민간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부분 실명 거론을 꺼렸다. 정부정책에 반하는 내용을 대놓고 말하기가 꺼림직한 게 이유일 것이다. 그들의 우려를 정리하면 이렇다. 무엇보다도 보금자리주택이 민영 주택수요자의 구매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주택은 공공이 공급하는 아파트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저축 가입자가 대상이고 민영주택은 청약 예ㆍ부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해 수요층이 다르지만 보금자리주택 가격이 평가기준이 돼 민영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3.3㎡ 당 1,000만원대 초반의 분양가로 강남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민간 주택업체는 없다. 공공은 택지를 저렴한 가격에 수용하지만 민간은 협의 보상해 땅을 구입해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일반 수요자들은 보금자리주택보다 최고 2배나 비싼 아파트에 가격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일정을 피해 분양에 나서려는 것도 그래서다. 민간과 공조통해 주택공급을 더구나 지금은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다. 밀어내기 과욕이었든 아니면 판단 착오였든 경영을 옥죄는 불 꺼진 아파트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민에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모든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상당 부분을 민간에 의존해야 한다. 값싼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목표 실현 못지않게 안정적 주택 공급도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업계의 바람처럼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속도조절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검토해볼 일이다. 민간과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정적 주택 공급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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