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총선공약은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서 민간기업이 따라오게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는 한편 각종 차별을 철폐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집권 여당으로 공기업 몸집 줄이기에 앞장섰던 새누리당이 돌연 공기업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당정 간 엇박자가 예고되고 있다. 또 공기업은 물론 민간의 반발이 거센 영역임에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어 '뜬구름 잡는 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 80%로=7일 발표한 새누리당의 비정규직 총선공약 중 눈길을 끄는 내용은 연말에 지급하는 경영 성과급을 비정규직은 물론 협력업체 직원에게까지 준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현재 정규직 대비 50%선에 머물러 있는 비정규직의 실질임금을 8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당 총선공약단의 김성태 의원은 "현재 경영성과급의 혜택을 보는 비정규직은 전체의 20%가 되지 않지만 법 개정을 통해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80%가 경영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에 유인책 하나 없이 의무만 부여하고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공기업은 물론 민간기업에 세제혜택이나 재정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새누리당은 당초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을 정규직보다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일단 보류했다.
이 밖에 비정규직 보호 범주에 들지 못했던 사내 하도급을 보호하는 법 개정에 나선다. 사내하도급을 하청준 뒤 급여를 보장하고 유사한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기업은 오는 2013년부터, 중소기업은 2015년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공공기관 2015년까지 비정규직 폐지=새누리당의 비정규직 대책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은 대목은 2015년까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ㆍ공기업ㆍ국책은행 등 공공 부분은 2015년까지 비정규직 고용을 폐지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현 여권이 시행한 공기업 몸집 10% 줄이기가 비정규직을 양산했다고 비판하며 이를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현장에서 정부의 소관 아래 놓인 공공기관으로서 실행하기 어려운 내용인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에 따라 정규직을 감축한 것과 비정규직 인력이 증가한 것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순 보조업무를 맡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을 대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공공기관이 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어도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타성에 젖어 있다"고 꼬집었고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 공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규직 인력이 15% 줄었는데 그 자리를 비정규직 인원이 채운 셈"이라면서 "줄어든 공기업 비용 증대는 각 공기업 예산편성으로 해소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은 올해 추가 예산편성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공공 부분에서 상시적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전면 정규직화한다는 당의 애초 설명과 달리 국립대ㆍ국립병원 청소용역 직원의 정규직화는 불분명하다. 또 기간제 교사나 단기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공기업 직원 등 일시적인 업무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기업 등 민간 영역은 비정규직 고용 행태를 공시하도록 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실행에는 문제 많아"=당장 비정규직의 급여를 올리고 정규직화를 실행하라는 당의 공약에 대해 공공기관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정반대인데다 구체적인 시행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비정규직을 일률적으로 전환하기 이전에 경영 성과나 직무 특성 등을 고려한 기준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먼저 설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정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약 발표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수년간 공공기관은 경영 합리화를 명목으로 근로자 정원을 감축하면서 보충이 필요한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비정규직 전원을 다시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박에 대해 이 의장은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수당이 되고 대선에서 집권하면 정부를 이끌고 추진하겠다는 약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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