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매춘부는 벌받아 마땅한가

'슬픔이여 안녕'을 쓴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1935~2004)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열아홉 나이에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작품을 쓴 이 천재 작가는 20대에 교통사고로 다친 후 모르핀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모르핀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했고 평생 마약에 빠졌다.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돼 비난이 일자 그녀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그 유명한 말을 남겼다.

성매매특별법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지난 9일 오원찬 서울북부지법 판사가 헌재에 '성매매특별법'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논쟁이 뜨겁다. 오 판사는 "강요 없는 성매매에 대한 형벌은 최소 범위에 그쳐야 한다"며 위헌제청 이유를 밝혔다.

성매매 찬반 논란은 오랜 이슈다.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나름의 일리가 있기 때문에 간단히 결론 낼 사안은 아니다. 어떤 이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논리를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성매매에 자유를 주면 사회와 가정을 파괴하는 악의 문고리를 풀어주게 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프랑수아즈 사강처럼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만 자발적 성매매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기에는 우리 사회가 너무 복잡하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성매매특별법이 역사의 부산물이라는 점이다. 2004년 통과된 이 법은 1961년 만들어진 '윤락행위 등 방지법'을 개정했다. 2002년 군산시 집창촌 화재 때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지자 집창촌 여성의 처참한 현실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업주가 성매매로 번 재산은 몰수·추징한다'는 조항 등을 넣어 업주 처벌 근거를 만들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 시대에 고착된 공창제도를 폐지한 1947년 공창제 폐지령도 찾아 볼 수 있다. 일제에 의해 도입된 왜곡된 성문화 제도의 반성에서 시작된 게 공창제 폐지다.

9년째에 접어든 성매매특별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해야 한다.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자발적 성매매에 나선 여성이 처벌되는 현실만은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이를 법안에 반영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