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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1시 인천국제공항 10번 수하물 수취대. 중국 항저우에서 온 중국인들로 북적댔다. 인천과 항저우를 주 2회 오가는 중국국제항공 CA139편은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운항을 중단한 뒤 이달 17일 재개했다. 이날 항공기에는 128명 정원에 114명이 탑승했다. 이 가운데는 서울과 제주를 4박5일 패키지로 다녀오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단체관광객 중 한 명인 차오양(30)씨는 "한국에 처음 오게 됐는데 가깝고 쇼핑하기 좋아 오게 됐다"며 "메르스는 이미 종식된 것이어서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전지현 선글라스'로 잘 알려진 '젠틀몬스터' 매장은 중국인 손님들이 수시로 와서 가격을 묻고 갔다. 매장 관계자는 "구매고객 가운데 70%가량이 중국인"이라며 "유커가 다시 돌아오면서 이달 매출이 지난달보다 3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장에 들어서자 '뚜오 샤오 치엔(얼마에요)' '피앤이 이디얼바(할인해주세요)'라는 중국말이 곳곳에서 들렸고 양손에 쇼핑백 꾸러미를 든 중국인들이 삼삼오오 이동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기업들이 힘을 모은 범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 이벤트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14일 시작해 오는 10월 말까지 진행되는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메르스 충격으로 외국 관광객이 급감하자 예년보다 확대시행했고 초반부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정부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발표한 지난달 28일부터 현재까지 인천공항 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액은 이전(7월1~28일)보다 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액은 하루 평균 43% 증가해 다른 국적 관광객을 압도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이달 들어 은련카드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가량 증가했다. 유커 방문이 뚝 끊겼던 지난달과 비교하면 무려 102% 급증했다.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과거 민간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가미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부처는 중국 현지를 방문해 '메르스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알리고 여행 업계 관계자, 언론인 등을 국내로 초청해 한국을 적극 홍보했다. 국토교통부는 외항사의 애로사항을 정책에 반영하고 중국남방항공 등 메르스 사태로 운항 횟수를 줄인 항공사에 재취항 서한을 보내는 등 국제항공 업무를 강화했다. 인천국제공항은 메르스 사태로 운항 횟수를 줄인 항공사가 운항을 재개할 경우 8월 한 달에 한해 항공기의 착륙료를 전액 면제해주는 등 다양한 '당근정책'을 내놓았다. 지자체와 기업들도 적극 동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중국 상하이 등을 직접 방문해 한류관광을 홍보했고 삼성전자 등 상당수 기업이 면세점에서 구매시 사은품 증정 등 다양한 혜택을 내놓았다.
첫 단추를 잘 끼운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다음달부터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에서 '황금연휴'가 시작돼 '유커 특수'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은 다음달 3~5일 전승절 휴일을 시작으로 9월26일 중추절, 10월1~7일 국경절까지 황금연휴가 펼쳐진다. 국내 백화점·마트 등은 유커들의 휴가에 맞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처럼 대규모 합동세일을 추진하고 전국 300개 전통시장은 최대 30%가량 할인행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중국의 경제상황이 변수이긴 하지만 황금연휴가 이어지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에서 '코리아 그랜드 세일'을 적극 추진하면서 중국 관광객 유치가 탄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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