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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주체 본분에 충실할 때

윤우진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시론] 경제주체 본분에 충실할 때 윤우진 연말이 다가오면서 세간의 최대 관심사 중의 하나는 내년 경제에 관한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하다. 실물경제의 최근 흐름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의 회복세가 다시 꺾이고 있는 모습이다. 소비회복은 여전히 요원해 보이고 투자회복 역시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그나마 성장을 지탱해주던 수출마저 왕성한 기력이 쇠하고 있는 느낌이다. 내년에는 내수의 향방에 따라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만일 소비와 투자가 올해와 같은 모습을 지속한다면 성장률은 3%대로 추락하면서 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이다. 반면에 소비가 증가로 반전되면서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못하지만 체감경기는 다소 나아질 것이다. 필자는 후자의 가능성에 베팅을 하고 싶다. 많은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경제가 어렵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말할 필요도 없이 국민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의 부진이다. 6분기 연속 소비감소라는 사상 유례 없는 최악의 소비부진하에서 수출의 홀로 서기가 위태로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다. ‘소비는 미덕이다’는 케케묵은 케인즈적 사고와 ‘불황경제학의 복귀(return of depression economics)’라는 경제학 테마가 우리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경기부양정책을 ‘한국형 뉴딜정책’이라고 명명한 것도 심정적으로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해외에서 우리 상품이 잘 팔리고 있는데 국내에서 안 팔리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경제주체들의 잘못이다. 저소득층은 소득이 모자라 소비를 못하고, 고소득층은 분위기에 휩싸여 소비를 안하고, 기업들은 소비가 안돼 투자를 안하는 것은 경기침체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전형적인 조정의 실패이다. 이때는 누군가가 나서서 과감히 물꼬를 터줘야 한다. 만일 정부가 나서더라도 우리 경제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져 공공 주도의 수요진작이 젖은 장작에 불 지피기에 그친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잘못해서 엉뚱한 데 불을 지핀다면 더더욱 낭패이다. 정부가 정말로 불이 필요한 곳을 잘 살피고 주위를 따뜻하게 해 점화된 불이 옆으로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이 할 일은 정부가 지핀 불에 기름을 부어주는 것이다. 투자와 생산확대를 통해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는 것은 시장의 중심에 서 있는 기업들이 담당해야 할 몫이다. 오늘날과 같은 새로운 경제흐름하에서는 수익성이 확실한 투자는 드물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불확실성하에서 끊임없이 수익기회를 모색하고 전략적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옵션을 창출해가고 있다. 보신적인 경영은 기업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미래의 성장은 담보하지 못한다. 미래가 없는 기업이 늘어나면 세계적 기업의 출현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기업가들에게는 차가운 머리가 중요하지만 때로는 뜨거운 가슴도 필요하다. 과거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들에게 뜨거운 가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가계들은 가계부의 붉은색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건전하고 절제된 소비에 힘써야 한다. 현재의 경험을 거울 삼아 소비가 악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탕주의와 황금만능주의는 건전한 소비가 경계해야 할 최대의 적이다. 현 세대들은 후손들에게 소비와 저축ㆍ자산과 부채가 황금비율로 구성된 가계부를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2-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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