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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특수수사팀을 꾸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수사 속도와 어느 선까지 수사가 이뤄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포스코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던 자원외교 비리 등 다른 대기업 부정부패 수사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수사와 맞물려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기업들의 관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일단 성완종 리스트 수사와 대기업 부정부패 수사를 나눠 투트랙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김진태 검찰총장 주재로 대검 간부회의를 열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수사와 관련해 특수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성 전 회장 관련 수사를 진행해오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계속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할지, 아니면 새로운 팀을 구성할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별도의 팀을 꾸리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로 꾸리는 특수수사팀은 문무일 대전지검장을 수사팀장으로 총 10여명의 검사가 배치될 예정이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수사팀장이 수사팀을 꾸리게 되며 사건을 잘 알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도 일부 배치될 것"이라며 "내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지난 10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불러 성 전 회장의 상의 주머니에서 나온 메모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이에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가 적어도 성 전 회장 본인이 남긴 것이 확실하고 내용도 어느 정도 신빙성이 높다는 내부 결론에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아울러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경남기업에서 총 32억8,000만원가량의 자금이 별다른 증빙 없이 현금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특히 이 시기가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전했다고 메모에 남긴 시기와 상당 부분 일치하는 만큼 이 자금의 용처에 주목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메모지에서 시작한 의혹이 이후 후속 언론보도를 비롯해 여러 갈래에서 추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밝힐 것을 밝히고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면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2012년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11일 성 전 회장이 2011년5~6월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 1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에게는 2012년 대선 때 2억원을 줬다고 주장한 음성파일이 공개되면서 메모에 남겼던 돈의 용처가 '대선자금'용으로 구체화됐다. 아울러 성 전 회장이 홍 의원과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넨 시기인 2011~2012년은 정치자금법 공소시효인 7년을 넘기지 않은 만큼 2006년께 성 전 회장이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와 달리 수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기존에 벌이던 대기업 부정부패 수사도 중단 없이 지속할 계획이다. 성 전 회장이 숨진 채 발견된 이튿날인 10일 김 총장은 "자원개발 비리 등 수사과정에서 불행한 일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안타깝지만 자원개발 비리 등 현재 진행 중인 부정부패 수사를 의연하게 계속해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날 별도의 성완종 리스트 특수수사팀을 꾸린 것도 기존 대기업 수사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파급력이 높은 성완종 메모에 묻혀 기존 검찰의 수사가 결과물 없이 흐지부지되는 상황을 우려해 아예 성 전 회장의 정치자금 수사를 기존 자원외교나 기업 비리 수사와 분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검찰이 자원외교 수사 동력을 상당 부분 잃어 현실적으로 이전과 같은 기업 수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이 자원외교와 관련해 결백하고 억울하다는 입장을 여러 군데 밝힌 것으로 확인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그만큼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방증"이라며 "수사가 전과 똑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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