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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만구성비(萬口成碑)

만구성비(萬口成碑)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많은 사람의 말이 비석을 이룬다는 뜻이다. 예로부터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을 가리키는데 송덕비로 회자되기도 한다. 지금도 대대손손 전해지는 송덕비가 많이 남아 있다. 그 가운데 조선 태종 때 문신 박습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송덕비는 뜻이 깊다.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한 박습은 백성들이 물이 부족해 농사를 짓는 데 애를 먹는 모습을 보고 저수지를 건립하기에 이른다. 그가 건립한 저수지는 바로 우리나라 담수지의 대명사인 김제 벽골제이다. 벽골제가 건립돼 물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김제 백성은 그를 칭송하며 송덕비를 세웠다. 이처럼 송덕비는 대체로 백성을 위한 치적을 많이 세운 관리를 기리며 세워졌다. 최근 송덕비는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을 기리기 위해 세워지고 있다. 이를테면 작가나 영화감독, 가수, 스포츠 스타 등이 대상이다. 형식도 다양하다. 전통적으로 돌을 깎아 세웠지만 오늘날 인터넷을 활용하는 비도 만들어지고 있다. 형식이야 어쨌든 많은 사람이 칭송하기 위해 비를 세우니 당사자는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칭송을 듣기까지 참으로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을 터이다. 그가 박습과 같은 관리였다면 국민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각고의 노력이 있었음이 자명하다. 최근 공무원 한 사람이 만구의 대상이 되는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기회가 있었다. 지난달 벤처기업 대표 몇 사람과 함께 동남아 유통상담회를 방문하던 중 그곳에서 중소기업청장을 만났다. 그는 상담회가 열리는 동안 기업 대표를 찾으며 애로사항을 듣고는 했다. 그가 접한 애로사항은 대부분 현장에서 해결됐다. 자연스럽게 행사에 참여한 기업 대표들은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가 중소 벤처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현장 중심의 정책을 펼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표적인 결과물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정보망 SPi-1357을 꼽을 수 있다. 그가 산업정책비서관 시절 추진한 정보망의 이용건수가 현재 300만건을 넘어섰다. 그야말로 만구에 회자된 셈이다. 기업 경영자로서 박습과 같은 공무원을 만나면 기꺼이 만구의 한 입이 될 것이다. 돌을 깎아 비를 세우지 못하면 온라인 어느 귀퉁이에 그를 기리는 송시라도 쓰겠다. 만나는 공무원마다 송덕비를 세워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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