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강변 아파트 '날벼락' 맞나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상 못 짓는다■ 서울경제신문, 서울시 '한강변 관리기본방향' 입수이촌·반포 규제 강화… 주거지 종 상향도 금지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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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강변 일대 재건축 층고를 최고 35층 이하로 제한한다. 시는 또 한강변 일대 용도지역 역시 현행대로 유지할 방침이어서 주거지역의 준주거 또는 상업지역으로의 종(種) 상향도 금지된다.
서울경제신문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기본방향'을 입수했다. 한강변 관리기본방향은 시가 오세훈 시장 당시 50층 안팎의 초고층 재건축ㆍ재개발 방안을 담은 '한강 공공성회복방안'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시는 오 전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으로 50층 이상 초고층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10곳의 한강변 전략ㆍ유도정비구역 중 여의도구역에 대해서만 50층까지 고층개발을 허용하되 나머지 지역은 원칙적으로 층고를 35층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는 부도심이라는 지역 특성 때문에 예외적으로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를 제외한 나머지 한강변 정비구역은 경관보호를 위해 위치별로 높이 기준을 차등 적용하되 일반주거지역 최고 층수는 35층 이하로 규제한다. 잠실지구 역시 역 주변 비주거용에 한해 50층까지 개발을 허용하지만 주거지역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35층 이하로 제한된다. 특히 이촌ㆍ반포구역의 경우 주변 경관 보호를 위해 층수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한강변 일부 단지가 추진하고 있는 종 상향 역시 허용하지 않고 기존 용도지역을 유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종 상향 가능성이 거론됐던 압구정ㆍ잠실지구는 35층 이하로만 개발이 가능해진다.
시는 이번에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2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공청회를 개최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오는 2월 말부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기준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시는 현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용도지역별 '평균 층수' 기준을 지역별 '최고 층수'로 변경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50층 이상의 초고층 가능 지역은 도심과 부도심 및 도시기본계획에서 정한 지역으로 한정하고, 업무ㆍ주거복합개발지역은 50층 미만,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5층으로 최고 층수가 제한된다. 다만 지역 특성 및 추진경위를 고려해 완화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최고 높이의 20% 범위 내에서 위원회 심의를 통해 상향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층고 억제 대신 기부채납 대폭 하향… 사업성 재검토 불가피
■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로 제한
V자형 스카이라인 등 주변과의 조화 강조
초고층 개발 무산따라 일부지역 타격 우려
김상훈기자 ksh25th@sed.co.kr
서울시가 한강변 일대 개발 층고를 크게 낮춘 것은 기존의 한강 공공성 회복 방안이 오히려 공공성을 퇴색시켰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초고층 개발로 건폐율을 낮춰 개방ㆍ통경축을 확보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오히려 주변과의 부조화를 낳고 한강의 공공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2007년 한강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2009년 한강 공공성 회복정책 등을 거치면서 한강 수변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수변 재개발ㆍ재건축단지의 공공기여 총량을 늘리기 위해 각종 인센티브가 주어졌고 이에 따른 초고층 아파트 개발이 추진돼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 연접지역은 85%가 주거지역일 만큼 토지 이용과 경관이 사유화돼 있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에 가려 일반 시민들은 산과 강을 조망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존 방안에 따라 정비계획을 세웠던 주요지역들은 이번 방안으로 직격탄을 맞게 돼 사실상 사업 포기 사태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전 전략, 유도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일률적으로 적용됐던 기준이 지구별로 적용기준이 달라지면서 각 지구 주민 간 형평성 논란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한강 르네상스'와 뭐가 다른가=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는 수변지역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에 층고를 최고 70층까지 높여주고 평균 330%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되 25%에 달하는 공공 기부채납을 통해 한강의 공공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이다.
반면 이번에 마련된 수변경관 관리 방안은 기존 한강 르네상스의 개발계획을 완전히 뒤집었다. 용적률은 300% 이하로 억제하고 층고는 원칙적으로 35층 이내에서 제한했다. 대신 과도하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25%의 기부채납 비율은 15%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기부채납 비율을 낮추는 대신 층고를 억제함으로써 주변과의 조화를 주문한 것이다. 특히 한강에 인접한 수변부는 저층으로 짓개 해 'V'자 형 스카이라인으로 개발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층고의 경우에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완화 필요성이 있는 지역은 최고 높이의 20% 내에서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결국 오 전 시장의 '한강 공공성 회복 방안'과 이번에 새로 마련된 '한강변 관리 기본 방향'은 모두 '공공성' 확보라는 목표가 같지만 정책수단은 정반대인 셈이다.
◇웃고 우는 곳 어디=서울시의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10곳의 전략ㆍ유도 정비구역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유도ㆍ전략정비구역 중 유일하게 고층개발이 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된 여의도는 향후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건물은 50층, 주거용은 35층으로 층고를 제한하지만 용도지역변경으로 고층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23층의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가 들어서는 잠실지구는 일부 비주거용 건물에 한해 50층 내외의 고층 건물로 지을 수가 있게 됐다. 조합설립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는 서울시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잠실역에 인접한 일부 지역만을 준주거지역으로 종 상향을 해 50층의 상업시설을 짓겠다는 '잠실지구 아파트 기본계획 변경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된 서부이촌동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지역으로 구분됐다.
반면 압구정, 성수, 구의ㆍ자양 등 나머지 구역들은 사실상 초고층개발이 무산돼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촌ㆍ반포지구의 경우 남산ㆍ관악산 조망권 확보 등의 이유로 강 전면부 등 일부는 층고가 15층 이하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성 재검토 불가피할 듯=일단 전문가들은 이번 서울시의 층수 규제 강화가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50층으로 재건축에서 35층으로 층고가 낮아지면서 사업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단지가 추진 중인 종 상향 역시 시가 기존의 용도지역을 유지하겠다는 방안이어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다만 최고 층수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기부채납 비율도 낮아졌기 때문에 섣불리 사업성을 판단하기도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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