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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저축은행은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대형 저축은행 네 곳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로 또다시 혈세가 축나게 생겼다. 4개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6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금보험공사는 추정하고 있다. 예금 가지급금 4조원과 부실채권 정리 등에 필요한 자금이다. 구조조정에 투입된 자금을 모두 회수한다면 괜찮겠지만 이번에 또 얼마나 많은 혈세가 들어갈지 걱정부터 앞선다. 퇴출 저축은행 계열사들로 뱅크런 사태가 확산되지 않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예보채 발행 등으로 15조원의 특별계정을 조성했으나 지난해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이를 소진했다. 이번에는 금융회사로부터 미리 확보한 크레디트라인(신용공여한도)를 활용해 소요자금을 충당할 것이라고 한다. 공공기관이 민간에서 급전을 끌어다 쓰는 것이다. 특별계정이든 크레디트라인이든 이름만 다를 뿐 사실상 공적자금이기는 마찬가지다. 투입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저축은행의 방만경영과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무능한 감독 탓에 국민의 세금이 또다시 투입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대주주의 고객 돈 빼돌리기와 같은 후진국형 비리에 대해 일벌백계 차원에서 가차없는 형벌을 가해야 한다.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영업정지 직전 203억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하려다 붙잡혔다는 소식은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검찰은 이날 4개 저축은행 본점 및 대주주와 경영진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엄정한 수사로 불법대출과 횡령 같은 범법행위를 발본색원하고 세간에 일고 있는 정관계 로비 의혹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단기적으로는 이번 영업정지에 따른 시장 충격과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행정력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이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더기 퇴출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저축은행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업무와 영업범위를 재조정하고 유명무실한 감사제도 및 대주주 자격심사 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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