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후계체제의 향배에 따라 주변 4강의 행보가 빨라질 것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우리는 북한 내부의 갈등과 충격의 불똥이 다시 튀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북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록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기는 했지만 후계구도가 얼마만큼 확고한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은데다 권력을 둘러싼 갈등으로 예측불허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김 위원장 사망에 대한 역설적 논란과 대척적 주장으로 국론이 분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 정부가 북한 TV 뉴스를 보고야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는 데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불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독재자의 사망은 최측근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극비사항에 속한다. 권력자들이 후계구도를 둘러싸고 막후 타협과 조절을 하기 때문이다. 북한과 같이 베일에 싸인 독재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김 위원장 사망을 놓고 우리 정보라인에 대한 조야의 실망이나 질타가 나오는 것은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데서 연유한다. 우리 정보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거나 믿을 만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0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정치권은 물론 민간 조문단 방북을 제한하면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가족의 조문에 대해서만 답례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허용한다고 했다.
이러한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북한은 "반인륜적 야만행위"라고 비난, 지난달 23일 대남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모든 남측 조문을 허용한다고 함으로써 남남갈등을 획책했다.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태도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중요한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죽음과 함께 남북대결 시대를 마감하고 남북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든다면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이팝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날이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한은 지금과 같은 반목과 갈등, 대결과 투쟁을 마감하고 화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함으로써 새로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전제로 한 전향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같은 변화만이 북한이 체제 안정을 이루고 만성적인 빈곤의 늪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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