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중앙 관영방송인 CCTV는 '저우지청(走基層ㆍ기층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외딴 오지에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을 희생 정신으로 돌보는 시골 의사들을 연일 시리즈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탑재기 '젠(殲)-15'개발을 지휘하다 심장 질환으로 돌연 숨진 뤄양(羅陽) 선양항공기공업그룹 사장의 일대기를 대대적으로 방영했다.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포하며 지난달 들어선 5세대 지도부의 시진핑 총서기 시대를 맞아 인민 영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애국심과 희생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와 함께 시진핑 취임 이후부터 뇌물, 성접대 등을 받은 지방 당 간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당 규율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등 반부패 드라이브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의 새 정권이 이처럼 당 부패 척결, 민생 개선 등을 통해 새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들은 그리 희망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21~25세의 청년 도시 실업률은 무려 16.4%에 이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다 구직난까지 겹치며 젊은이들은 70% 이상이 자신을 빈민층이라고 느낀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의 부자들도 법치가 이뤄지고 보다 예측 가능한 안정된 사회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고 있다. 지난해만 15만명 이상이 미국 등 선진 민주국가로 이민을 떠났고 캐나다는 쇄도하는 중국인의 이민 신청 때문에 이민 수속이 최소 수년이 걸릴 정도라고 한다.
경제ㆍ군사적으로 대국화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로 부상했지만 중국인은 왜 여전히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국유기업으로 대표되는 국가자본주의가 낳은 고질적 부패 구조와 법치 미비, 이에 따른 사회 양극화가 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총자산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국유기업은 혁신과 창의의 민간경제 발전을 저해함으로써 중국경제를 옥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유기업 개혁이 현 정부가 외치는 소득분배 개혁의 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진핑호는 아직까지 국유기업 개혁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당 최고위 간부가 모든 국유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당과 국유기업은 철저한 공생관계에 있어 기득권 타파가 쉽지 않은 탓이다.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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