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2ㆍ4분기(1~3월) 어닝을 발표하자 월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상상을 초월한 엄청난 실적이었기 때문이다. CNBC는 애플의 실적둔화를 예상했던 수많은 회의론자들을 침묵에 빠져들었으며 투자자들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투자은행들의 예측이 어떻게 이 정도까지 빗나갔는지 의아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가 끝난 뒤 애플은 최근 분기에 116억2,000만달러(주당 12.30달러)의 순이익과 391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4.3%, 59% 급증한 것이다. 주력인 아이폰의 경우 전년동기보다 88% 늘어난 3,510만대를 판매했다. 아이패드도 두 배 이상 늘어난 1,180만대를 팔았다.
정작 월가를 흥분하게 한 것은 수치가 아니라 내용이다.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제품수요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애플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번 실적은 미국에서의 성장둔화를 중국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으로 만회하며 또 다른 스토리를 써나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시장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이날 팀 쿡(사진)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콜을 통해 중국 매출이 79억달러로 전체의 2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년 전에 비해서는 세 배나 늘어난 것이다. 또 불과 2년 전 전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2%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증가세다.
이러한 중국시장 공략이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애플을 이끌고 있는 쿡 CEO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생전 잡스는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여길 뿐 시장으로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중국을 방문한 적도 없었다.
쿡은 달랐다. 경제력 향상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국 중산층이 애플 제품의 고객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중국시장 확대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대당 800달러에 달하는 아이폰 4S를 중국에 출시하고 지난달에는 직접 방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쿡 CEO는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분기 중국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실적을 거뒀다"며 "우리가 이렇게 잘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시장에서 점차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애플이 여전히 쿡 CEO의 조율로 잘 돌아가고 있는 기계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월가의 전망도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피터 미식 애널리스트는 "(실적 자체보다) 더욱 좋은 것은 애플이 환상적인 글로벌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으로 이제 미국시장만 봐서는 실적을 가늠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예상치도 한 단계 더 올려 잡아야 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애플의 실적호전은 유럽 채무위기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의 분위기도 바꿔놓을 호재다. 애플 주가는 실적발표 전 11거래일 가운데 10일간 하락했다. 이날도 정규시장에서 2% 이상 빠지며 560.28달러를 기록했다. 약 2주 전 636달러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12% 이상 빠진 것. 연초부터 40%이상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과 더불어 2ㆍ4분기 어닝에 대한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시간외거래에서 애플 주가는 43.53달러(7.7%) 급등하며 603.81달러로 600달러선을 다시 넘어섰다. 애플의 영향으로 브로드컴ㆍ퀄컴 등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의 주가도 시간외거래에서 일제히 급등했으며 서울ㆍ도쿄 등 아시아시장 역시 기술주들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한편 애플은 이번 분기에 주당 8.68달러의 순이익과 34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된다며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낮췄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도 올 여름 또는 가을로 예상되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일부 소비자들이 대기수요로 돌아갈 공산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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