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갑오년 첫날 일성으로 '강한 일본'을 꺼내 들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데 이어 올해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확립 등 아베식 군국주의 노선을 가속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일 발표한 연두 소감에서 "헌법이 제정된 지 68년이 되는 올해 시대의 변화를 받들어 개정을 위한 국가적 논의를 심화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가 내세운 목표는 '강한 일본 만들기'다. 전범국으로서의 지위에서 벗어나 보통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신념을 확고히 내비친 것이다.
아베는 "일본의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강한 일본'을 되찾기 위한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됐다"며 헌법개정 논의, 안보 정책 충실화, 교육재생 등을 주요한 국가 과제로 꼽았다.
아베의 올해 최종 목표는 평화헌법의 핵심 조항인 제9조를 개정하는 것이다. 군대보유와 전쟁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이 조항을 바꿔 일본의 군사 무장화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기초공사는 벌써 시작됐다.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에 헌법개정 절차를 규정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전국 각지에서 국민과의 대화 집회를 열어 헌법개정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키는 한편 오는 5월3일 헌법기념일 전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작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군사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나 일본은 평화헌법에 의해 권리행사가 제한돼왔다. 아베는 올 상반기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헌법해석 변경을 마무리하고 이를 뒷받침할 자위대법 및 주변사태법 등 개별법 개정을 이르면 올가을 임시국회 때 추진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아베는 이날 연두 소감에서도 "어느 때보다 세계평화와 안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평화주의'야말로 일본이 짊어질 21세기의 간판"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집단자위권 행사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아베가 내세우고 있는 이념이다.
이 밖에도 아베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침략했던 남태평양제도를 올해부터 2년간 순방할 계획이라고 최근 산케이신문은 보도했다. 현직 일본 총리의 남태평양제도 방문은 지난 1985년 이후 처음으로 이 역시 일본 보수층의 결집을 노린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일본은 총선 등 주요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 이를 아베 총리는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국주의를 향한 자신의 신념을 마음껏 펼쳐보일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2월26일 아베에 이어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고 교도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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