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한반도 전역에 장기간 집중호우가 내리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약 60년 만에 최악의 폭우와 태풍으로 사망ㆍ실종자가 속출하고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단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남서부에 있는 쓰촨성이다. 14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8시부터 10일 오후8시까지 중남부 쓰촨성 두장옌 지역에서만 최대 1,059㎜의 폭우가 내렸다. 이는 두장옌에서 공식 기상관측을 시작한 1954년 이후 최대치다. 쓰촨성은 2008년 규모 8.0의 대지진으로 8만8,000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지역으로 5년 만에 또 다른 자연재해를 만나게 됐다.
인명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오후7시 현재 두장옌 지역에서만 43명이 사망하고 118명이 실종됐다. 당국은 사망자들의 신분확인이 어려워 DNA 검사를 하고 있다. 실종자 가운데는 주민은 물론 이 지역으로 피서를 즐기러 온 사람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구조와 수색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이재민을 보살피는 데 주력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경제적 손실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쓰촨성 주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은 이날 현재 20억위안(20억달러)에 달한다. 집중호우가 시작된 8일 예상 피해액은 1억2,5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12일에는 14억달러로 불어나더니 이틀 만에 6억달러가 추가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7호 태풍 솔릭이 대만을 강타한 뒤 중국 내륙에 상륙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당국은 긴급 자금대출을 집행해 피해 최소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개발은행(CDB)은 11일 쓰촨성에 1억1,800만달러를 홍수피해 최소화 명목으로 긴급 대출했다. CDB는 수해난민 지원 및 인프라 복구에 자금이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기록적인 홍수와 태풍은 가뜩이나 경기둔화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쓰촨성 등의 물가불안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농산물 침수로 현재 일명 중국콩으로 알려진 동부와 오이는 각각 20위안과 8위안에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이는 홍수가 덮치기 전에 12위안, 4위안이던 데서 최대 두배나 급등한 것이다. 이번 홍수로 영향을 받은 쓰촨성 인구만도 250만명에 달해 당분간 사회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보다 2.7% 상승하며 예상치인 2.3~2.6%를 웃돌았다. 그러나 아직 정부 목표치인 3.5%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이번 폭우와 태풍으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며 물가불안이 이어질 경우 중국 경제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리커창 총리가 중국 경제의 질적 전환을 위해 어느 정도의 경기둔화는 용인하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여지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대만에서 4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낸 태풍 솔릭이 중국 내륙에 도달해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솔릭은 13일 푸젠성에 초속 33m의 세기와 중심 최저기압 975헥토파스칼의 위력으로 상륙했으며 14일 북쪽으로 이동해 장시성으로 진입했다. 풍속이 초속 35m면 기차가 탈선할 수 있는 강도다.
이에 53개의 비행편이 취소돼 공항에서 승객 5,600여명의 발이 묶였으며 철도ㆍ선박ㆍ버스 등의 교통편이 대거 운행을 중단하는 등 이 지역 교통이 사실상 마비됐다. 푸젠성에서는 40만여명, 저장성에서는 41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국은 솔릭이 내륙으로 북상하면서 위력이 약화됨에 따라 14일 새벽 솔릭을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강등했으나 15일까지 장시 동북부와 푸젠 서부 등에 최대 180㎜의 폭우를 뿌릴 것으로 예상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태풍에 따른 공식 인명 및 경제적 손실규모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저장성 원저우시에서만도 현재 3,400만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당국은 집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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