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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4월 2일] 경제위기와의 전쟁과 승률

지난해 9월에 이어 또다시 우리를 긴장시켰던 ‘3월 위기설’도 결국 설로 끝났다. 한때 달러당 환율이 1,600원선을 넘볼 정도로 치솟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고비를 별 탈 없이 넘겼다. 내친 김에 달러당 1,200원대 전망도 나온다. 좋은 조짐은 다른 부문에서도 감지된다. 큰 폭의 경상흑자와 함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기업실사지수를 비롯한 주요 경기지표들이 올 들어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에 비추어 일시적인 현상인지 추세인지를 판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비록 일시적이라 해도 극도의 공포와 절망감에 짓눌렸던 몇달 전의 기억을 떠올리면 한숨을 돌리게 된 것만도 다행이라는 안도감을 갖게 한다. 변동성과 불안감 진정조짐
그러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장래는 기본적으로 세계경제의 향방에 달려 있다. 세계경제는 지금 위기의 터널 어디쯤 와 있는지, 우리 경제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그래서 생긴다. 위기의 충격이 워낙 크고 광범위하다 보니 보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수많은 진단과 전망이 난무하고 있다. 이번 금융위기와 함께 거품이 붕괴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물거품이 된 자산가치만도 30조~50조달러에 달한다는 추산에서 충격의 심각성을 짐작해볼 뿐이다. 세계적 명성을 누리는 전문가와 기관들의 전망도 천차만별이고 그마나 수시로 바뀐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해온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고 경제활동의 틀 자체가 흔들린 상황에서 전통적인 예측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세계경제의 향방을 점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변수는 세계 각국이 치르고 있는 경제위기와의 전쟁과 그 승률이 아닌가 싶다. 정책이 올바른 방향인지,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를 평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진원지 미국을 보면 전대미문의 위기에 걸맞게 대응도 이론이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합동작전을 통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제로금리에다 얼마 전 FRB가 최대 1조달러를 풀어 국채와 주택저당채권을 직접 사들이기로 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대공항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풀기로 한 유동성만도 무려 7조8000억달러에 이르고 이 가운데 2조5000억달러 이상이 집행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미국 연간 국내 총생산(GDP)규모가 15조달러 정도니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돈폭탄’이라는 비유가 과장만은 아닌 셈이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 월가 투자은행들이 가지고 있던 경제회복 고지 5부능선에
금융자산규모가 미국 GDP의 23% 정도 됐다니까 이정도의 자금이 살포됐다면 투자은행발 금융시스템 리스크는 어느 정도 수습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거대기업의 몰락을 비롯해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상업은행 부실문제가 여전히 복병으로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알려진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고 했듯이 어떻게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유럽 주요국들도 나름대로 최선의 다하고 있고 특히 중국의 경우 이번 위기대응에서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리도 다소 늦기는 했지만 다양한 대책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다. 종합하자면 금융위기를 넘어 글로벌 불황 쓰나미를 막아내기 위한 전쟁도 중반전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경제회복이라는 고지의 5부능선 정도는 올라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금융부실의 실체가 드러나 불안감이 진정되고 공격 타깃이 분명해졌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엄청난 비용과 고통 속에 치르고 있는 경제위기와 전쟁의 승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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