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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카트리나 1주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에 상륙한 지 29일로 일년이 됐다. 카트리나 재해를 신의 변덕스러운 장난으로 해석하고 싶은 욕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카트리나는 근본적으로 도시 내 흑인들의 빈곤문제부터 수치스러운 재난관리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수많은 취약점들을 드러냈다. 일년이 지난 지금 그 문제들을 수정하려는 노력들은 계속되고 있다. 카트리나는 루이지애나주ㆍ미시시피주ㆍ앨라배마주에서 영국 크기에 해당하는 지역에 피해를 입혔다. 8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만도 1,800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카트리나 이전에도 뉴올리언스 지방에 대형 허리케인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지만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카트리나로 인해 집을 잃은 사람들이 충분한 식량을 제공받지 못한 채 도시 중심부에 마련된 피난처에 버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부분 가난한 흑인들이었다. 일부 논평가들은 뉴올리언스의 시민들이 정부의 소개 명령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생계수단을 내팽개칠 수 없는 도시 빈민의 사정을 외면한 것이다. 오히려 시민들을 보호하지 못한 지방과 중앙정부야말로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구호의 손길이 늦어진 곳에 절도ㆍ살인ㆍ강간이 판쳤다는 비판 섞인 보도도 나왔지만 이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이 위험한 약탈자라는 등식이 성립한 것은 미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적 편견을 방증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카트리나 이후 미국은 흑인들이 직면한 깊고 영속적인 가난을 척결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이 같은 발언에 고무돼 카트리나 피해 복구에 박차를 가했지만 성과는 아직 절반에 그치고 있다. 재즈와 향락의 도시라는 뉴올리언스의 이미지는 되살아났지만 과거의 영광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했다. 도시는 여전히 황폐하고 시민들은 빈곤과 불안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카트리나는 자만심으로 충만한 사회의 결점들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그 덕분에 이것만은 확실해졌다. 대형 허리케인이 또 찾아온다면 보다 겸손해진 정부 당국이 더 나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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