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전문가들은 경제회복과 외교 안보 등이 최우선 정책과제인 일본의 입장에서 대한관계 개선이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 만큼 일부러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1일 아베 총재가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자민당의 정책 공약인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정부 주최를 유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함께 한일관계의 조기 개선을 위해 이날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이자 측근인 누카가 후쿠시로 전 재무상을 특사로 파견해 박 당선인에게 조기 정상회담을 요구하는 친서를 전달하기로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원래 시마네현이 매년 2월22일 주최해온 지방행사였으나 자민당은 이를 정부 행사로 승격해 주최하겠다고 공약해 논란이 돼왔다. 양국 외교 당국자들은 박 당선인의 취임식이 내년 2월25일인 점을 감안하면 행사 강행시 새로운 외교분쟁으로 비화해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한 공명당도 다케시마의 날 행사 정부 주최를 반대했다.
이 같은 아베 총재의 행보는 독도ㆍ위안부 문제로 경색된 한국과의 외교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최악인데다 로켓 발사를 되풀이하는 북한에 대해 공동 대처해야 할 상황에서 한일관계마저 더 악화될 경우 '고립무원'에 빠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아베 총재가 26일 총리에 취임하기도 전에 한국과의 외교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아베 총재가 내년 2월25일 열리는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을 경우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외무성 고위관계자는 "한국 측이 아베 총재를 초청할 경우 정상회담을 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베 총재가 극우 우경화 행보를 본격화할 경우 한일 갈등의 증폭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아베 총재는 독도나 위안부 문제 외에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교과서 왜곡,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 등 각종 현안에서 한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왔다. 지금의 상황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교관계자는 "아베 정권이 경제 등 내정과 외교 안보 등에서 현안이 산적한 만큼 초창기 외교 마찰을 가급적 피하려 할 것"이라며 "엄격한 원칙을 갖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일본과의 외교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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