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스라엘의 조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계가 국내 정치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네타냐후 낙선운동에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상원 산하 기관의 조사를 받는가 하면 네타냐후 총리 소속 정당(리쿠드)은 대미관계 악화 속에서 선거패배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 보도채널 폭스뉴스는 지난 14일 의회 소식통을 인용해 "상원 패널(일명 영구조사위원회)이 오바마 행정부의 네타냐후 낙선운동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가 근래에 반(反)네타냐후 캠페인을 벌여온 미국 비영리단체 '원 보이스 무브먼트(OVM)'에 35만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OVM은 이스라엘 지부인 'V15'를 통해 네타냐후 낙선운동을 펴왔는데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오바마 선거본부에서 중동정책을 맡았던 마크 긴즈버그 전 모로코 대사가 OVM의 숨은 실력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무부는 OVM에 대한 보조금은 이스라엘 선거와 관계가 없으며 해당 총선 일정이 지난해 11월 확정되자 자금지원을 중단했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미국인들의 국정지지율은 지난해 9월 첫째 주 갤럽 조사에서 40%를 기록하며 바닥을 친 후 최근 46%까지 올라갔으나 이번 OVM 관련 의혹으로 정치적으로는 악재를 맞았다.
네타냐후 역시 국내에서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 그는 최근 백악관과의 협의 없이 미국 공화당 측의 초청으로 미국 상하원에서 연설을 하면서 이란 핵협상에 대한 강경론을 거듭 주장했으나 이후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인기 하락을 겪었으며 자국 내에서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르츠'에 따르면 13일 기준 여러 현지 매체들의 총선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리쿠드당은 총 120개 의회(크네세트) 의석 중 21석을 얻는 데 그쳐 제1야당인 시온주의자연합(평균 24석 확보 예상)에 3석 차이로 뒤처질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네타냐후에 대해 연정 의사를 밝힌 이스라엘베이테이누당과 샤스· 예시아티드 등의 정당을 합친다면 아직 현 여당이 반네타냐후 진영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고 있으나 득표전에서 중립진영 정당이 야당과 손잡을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이스라엘 선거안내 기사를 통해 아랍계 이스라엘인 등이 중심이 된 연합정파인 '연합명부(13석 예상)'나 '연합토라유대교(UTJ·6석 예상)' 등이 여당이나 야당 어느 쪽이든 손잡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신임 총리 지명자 시절이던 2009년 2월 오바마 행정부와 협력해 평화·안보·번영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화 문제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 구상과 충돌을 빚어왔다. 특히 최근 이란 핵 협상 문제는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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