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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 판결] <17·끝>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쪼개기 후원금' 로비 관행에 제동

"어디까지 불법 정치자금인가… " 논란 불지펴

청탁자금 기부금지 조항 "합헌"

깐깐해진 정치후원금 탓에 '출판기념회 책값' 대폭 확대

최근 檢수사 비슷한 논쟁 불러

최근 국회의원의 금품수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인 출판기념회 책값'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9월 5일 출판기념회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으로부터 3,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돈이 한유총에게 유리하게 법을 고쳐달라는 청탁을 받은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그 동안 출판기념회 책값은 불법 정치자금 판단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만큼 이번 사건이 어떤 결말을 맺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신 의원 사건을 바라보면서 이른바 입법로비 의혹 수사의 대명사가 된 '청목회 사건'을 떠올린다. 청목회 사건 또한 수사 과정과 법원 판결 이후 불법 정치자금의 범위에 대해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출판기념회를 통한 정치자금 수수 관행에 불을 지핀 것도 이 사건이다.

청목회 사건은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간부들이 청원경찰 처우 개선 입법을 목적으로 여야 국회의원 38명에게 3억여원의 후원금을 건넨 사건이다.

당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사이에선 경찰과 같이 승급제를 도입하고 정년 연장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일종의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따라 2008~2009년 청목회 임원들은 개정안 통과를 위해 회원들에게 모금활동을 펼쳐 총 6억5,000여만원을 모았다. 이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나 개정안 발의와 통과를 부탁하고 모금한 특별회비에서 후원금 명목으로 금품을 돌리기 시작했다.

청목회 간부들은 자신의 이름만으로 많은 후원금을 제공하면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청목회 회원들과 가족 등 개인 명의로 10만~20만원씩 쪼개 기부하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마침내 2009년 12월 청원경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청목회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청목회원들이 갹출한 억대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결국 2010년 11월~2011년 1월 사이 최규식 당시 민주당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6명과 입법로비를 주도한 청목회 간부 3명을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에서는 주로 '쪼개기' 후원금의 불법 여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ㆍ단체의 자금뿐만 아니라 '단체 관련 자금'은 국회의원에 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쪼개기 후원금이 청목회의 단체 금품을 회원 개인들이 나눠서 낸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문제가 된 특별회비가 애초에 회원 개인들이 모은 돈을 전달한 것이므로 단체 돈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청목회가 단체 명의를 사용해 주도적으로 자금을 모집, 조성했으며 단체 금품이 명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판단은 1심부터 상급심까지 일관되게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청목회 간부 3명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국회의원 6명도 서울지법과 서울고법에서 벌금형과 선고 유예 등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국회의원들은 1ㆍ2심에서 모두 항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청목회 사건은 여러모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우선 청목회 사건을 기점으로 국회의원 후원금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전에도 쪼개기 후원금 로비를 처벌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청목회 사건은 연루자가 많아 파장이 컸던 것이다.



중앙선거위원회의 정당ㆍ후원회 수입ㆍ지출 내역을 보면 2009년 411억원이던 국회의원 후원금은 청목회 사건을 거치면서 2011년 31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에도 381억원에 그쳤다.

주요 선거가 있어 후원금이 크게 늘어난 2010년과 2012년을 살펴봐도 477억원에서 449억원으로 줄었다. 지방선거만 있었던 2010년과 달리 2012년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음에도 하향곡선을 그린 것은 청목회 사건의 여파라는 분석이다.

한 현역 국회의원 보좌관은 "청목회 사건에서 사법 당국이 쪼개기 후원금에 엄격한 법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이후 후원금이 3분의 1 가량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출판기념회 책값이 확대됐다는 게 대다수 정치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출판기념회 책값은 선관위에 신고할 필요도 없고 정치자금 한도 등 법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규제가 깐깐해진 후원금보다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진 것이다.

'어디까지를 불법정치자금으로 봐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했다. 청목회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최규식 전 의원은 "정치자금법의 '단체 관련 자금 기부금지' 조항과 '공무원 사무 청탁 관련 기부금지' 조항은 개념이 불명확하고 과잉금지 소지가 있어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올 4월 1일 두 조항 모두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전자는 재판관 9명 중 3명이, 후자는 2명이 위헌 판단을 내리는 등 재판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청탁 관련 기부금지 조항에 대한 위헌 의견은 주목할 만하다. 김이수·강일원 헌재 재판관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수수는 입법활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도 청탁관련 기부금지조항은 어떠한 경우에 국회의원에 대한 정치자금 기부가 금지되는지를 판단할 만한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위헌 의견을 냈다.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입법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기부금을 주는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후원금이라도 자신들의 불만을 해소할 입법을 염두에 두고 금품을 줄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입법부가 기업, 단체의 로비 창구가 됐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성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정치자금의 대가성 판단 여부가 다소 자의적이고 단체 후원은 원천 금지하는 등 우리나라의 정치자금 규제가 까다로운 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미국처럼 정치자금 모금은 자유롭게 하되 수입ㆍ지출 공개는 투명하게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거진 출판기념회 책값 수사는 앞으로 유무죄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청목회 사건과 비슷한 양상의 논쟁을 불러올 전망이다. 작게는 출판기념회 책값이 '개인 명의를 빙자한 단체(한유총)의 돈이었나' 여부를 놓고 검찰과 신학용 의원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실제로 신 의원은 책값을 건넨 사람이 '전국 각지 유치원 원장님 개인'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검찰은 '한유총'이라는 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게는 현재의 기형적인 출판기념회 책값 모금도 정치자금법 내에 포함시켜 정식으로 규제할지, 국회의원 정치자금의 범위와 규제를 어느 선에서 정할지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사회적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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