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고장 사실을 알고도 운행을 강행했다는 점이 황당하다. 이날 오후 서울역을 출발한 지 10분 만에 기관사가 모터 냉각장치 고장 사실을 발견했으면서도 그대로 운행했다. 예비 냉각장치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예비장치마저 금정터널에서 고장 나 열차가 멈춰 섰다. 안전불감증도 이 정도면 할 말을 잃을 정도다. 도대체 코레일에는 안전운행 매뉴얼이 있기나 한지, 기관사 교육은 어떻게 시켰고 비상시 보고체계는 갖췄는지 의문이다. 코레일은 공교롭게도 사고 전날인 26일 '혹서기 차량정비특별점검팀 가동'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안전운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별점검에 들어간 그야말로 특별한 시기인데도 이 정도다.
사고 후 신고, 승객대피 등 대처과정에서도 무능이 드러났지만 더욱 큰 문제는 코레일의 거짓과 뻔뻔함이다. 코레일은 사고원인에 대해 "조사해봐야 한다"며 한동안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언론에 이번 사고가 모터 냉각장치 고장 때문이고 이를 기관사가 출발 10분 만에 알았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30일에야 이를 뒤늦게 시인했다. 사고원인이 '무리한 운행'이었음을 파악하고서도 즉각 밝히지 않고 뭉개고 있었던 것이다.
감독관청인 국토해양부도 문제다. 국토부는 4월 '철도안전 추진현황 및 향후대책'을 발표하면서 KTX 고장건수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104개 개선과제를 담은 KTX 안전대책을 추진한 덕분에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보면 대체 무슨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정말 무엇이 개선됐는지, 국토부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코레일의 문제점을 자체 수습하고 개선해나가기에는 이미 상태가 도를 넘었다. 계속된 안전대책ㆍ비상대책에도 불구하고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레일이 바짝 긴장하도록 외부 자극이 필요하다. 내년에 들어설 새 정부 초기에 KTX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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