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강소국’이 된 비결은 이공계 교육 우대, 언어구사력, 그리고 금융의 힘입니다.”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방한한 박원화(56) 주 스위스 대사는 스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작지만 강한 나라’로 거듭난 비결을 힘주어 말했다. 박 대사는 “스위스의 거의 모든 학교를 지방정부가 운영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공계 대학 두 곳만 연방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며 “취리히와 로잔에 있는 연방공대는 유럽에서 톱클래스”라고 설명했다. 경상도 만한 국토에 부존자원이라곤 거의 없는 스위스가 강소국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박 대사는 “지난 150년간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아 부가 축적됐고 금융이 발달했으며 공용어가 4개나 돼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와도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며 스위스의 강점을 소개했다. 이 때문에 스위스에 들어간 외국기업이 6,500개나 되며 이들이 스위스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이 10%(400억달러)나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스위스가 포함된 유럽자유무연연합(EFTAㆍ스위스ㆍ노르웨이ㆍ아이슬란드ㆍ리히텐슈타인)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올 7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박 대사는 “EFTA와의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수출이 연 6억달러 늘어나고 일자리는 1만2,000개 정도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개성공단 제품에 대한 특혜관세를 부여받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매년 한국인 관광객 2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우리에게는 친숙한 나라다. 그러나 박 대사는 한국인들의 관광행태에 적잖은 우려를 갖고 있었다. 그는 “식당에서 김치를 꺼내놓고 냄새를 피운다든지 뷔페 식사를 하고 음식을 챙겨 나온다든지 하는, 참 낯이 화끈거리는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며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나쁜 이미지가 자리잡는 것은 금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 대사는 이어 스위스 호텔학교에 대한 환상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한국 학생들 한 1,000여명 정도가 스위스의 각종 호텔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실습기간에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고 학비도 비싸며 졸업 후에도 스위스 내에서는 취업이 어렵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아시아국 대사들이 모이면 이 같은 현실에 분개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 대사는 72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74년(외시 9회)부터 외교관 생활을 시작해 외교부 정책기획관, 주 남아공 대사 등을 거쳤으며 2004년 3월부터 주 스위스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