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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로 떠나는 발걸음이 누구보다 무거웠던 이들이 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를 뒤로한 '엄마' 국가대표들이다.
여자 스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이채원(33)은 "엄마로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올림픽. 그에게는 2012년 태어나 두 돌을 앞둔 딸 장은서가 있다. 엄마로서 출전하는 첫 번째 올림픽인 셈이다.
이채원은 10년 넘게 국가대표를 유지하며 지난해까지 17차례 동계체전에서 금메달 51개를 쓸어 담았다. 대회 역대 최다 기록이다. 2011년에는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따냈다. 물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준은 아니다. 이번 대회 목표는 30위권 안에 드는 것. 이채원은 "한창 옆에 있어줘야 할 시기에 딸과 떨어져 있어서 미안하지만 엄마를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딸을 위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여자 컬링의 맏언니 신미성(36)도 엄마다. 딸 남윤지(2)가 태어난 지 이제 9개월이다. 출산 한 달 만에 빙상에 복귀할 정도로 컬링에 애착이 깊은 그는 선수로서 마지막 올림픽이 될 이번 대회를 위해 친정 아래층으로 이사까지 했다. 훈련 때부터 수시로 딸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기 위해서였다. 신미성은 "올림픽에서 열심히 해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우리 윤지 앞에 나타날게"라는 말을 남기고 어렵게 집을 나섰다.
여자 봅슬레이 2인승의 김선옥(34)은 아들(김민범)이 여섯 살이다. 육상 단거리 대표 출신인 그는 2008년 출산과 함께 운동을 그만뒀다가 2011년 우연히 봅슬레이에 입문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 김선옥은 "아버지가 (봅슬레이를) 많이 반대하셨다. 하지만 아이가 '다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는 것을 보며 부모님도 인정해주셨다"며 "20등 안에 들어 결선 격인 4차 레이스에 진출하는 게 새로운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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