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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달러약세장기화… 페그제국가들 '속앓이'

중동산유국·홍콩등 통화시장 안정위해 채택 불구<br>극심한 인플레압력·환투기세력 공격에 '전전긍긍'<br>일부 국가 "환율제도 변경 심각하게 검토를"주장도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가 5년째 하락하면서 달러에 고정해 환율을 운용하는 나라들이 고민에 빠졌다. 이들 나라는 자국 통화가치도 달러와 동반해 하락함에 따라 수출이 늘어나지만, 그 돈이 국내에 풀려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데다 환투기 세력과 싸우며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1997~1998년 아시아ㆍ브라질ㆍ러시아등 이머징 마켓의 통화위기가 덥쳐왔을 때 달러에 대한 페그(peg)를 포기했다. 하지만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ㆍ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ㆍ카타르ㆍ에쿠아도르가 달러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중계무역국가인 홍콩ㆍ싱가포르가 일정 범위(밴드) 내에서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유지하는 준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우크라이나가 페그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나라가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산유국들은 국제석유시장에서 달러가 결제통화이기 때문에 달러와 국내통화를 고정할 필요가 있고, 홍콩과 싱가포르도 무역거래대금이 주로 달러로 결제되므로 국내통화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달러와 연동해 환율을 운영했다. 하지만 페그제 국가들은 달러약세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카타르의 경우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11.8%였고, 올해는 12%로 추정된다. 사우디도 지난 10월 인플레이션율이 4.9%로 1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우디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27년만에 처음으로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상향조정해야만 했다. 페그제 국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을 따라야 하는 약점을 갖는다. 미국 금리와 국내금리 사이에 차이가 나면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해지고 환투기 세력의 공격이 쉽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 두번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을 때 페그제 국가들은 동반해 금리를 내렸다. 국내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 촌극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동 산유국과 홍콩등 페그제 국가 내부에선 심각하게 환율제도를 바꾸자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원유가 수출 주종상품인 쿠웨이트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기지 못해 지난 5월 달러 페그 제도를 포기하고 바스켓 제도를 실시했다. 쿠웨이트는 바스켓의 구성이 어떻게 됐는지를 밝히지 않지만, 외환전문가들은 여전히 달러가 바스켓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 17~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상회의에서도 달러 약세에 따른 산유국들의 손실 문제가 논란거리 였다. 일부 국가는 석유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바스켓 통화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유가를 달러로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신뢰할 만한 복수의 국제 통화에 가중치를 부여한 뒤 그 평균치로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UAE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UAE 정부는 심각하게 인플레이션을 억누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환율 제도 변경을 검토하거나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에 대해 하락세를 멈추거나 해야 인플레이션 압력도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UAE 정부가 내년 중반이나 2009년 초 외환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달러 페그 라는 고정환율제도의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리얄화의 변동 폭을 넓히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걸프 지역 국가들의 통화 재평가가 바로 지금 필요하다"며 "이들 국가는 달러 페그 제도에서 복수 통화바스켓으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나라들이 페그 제도를 채택하는 것은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한다"며 "그 대가는 바로 적절한 환율조정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며 자국의 통화정책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나라라면 달러에 자국화폐 가치를 고정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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