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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남부 도미노 금융위기 오나

잠비아 이어 가나 구제금융 검토

통화가치 추락에 적자 급증

막대한 국채발행도 위험 요인

美 금리 인상땐 연쇄위기 우려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프런티어마켓이 비탈길에 접어들면서 덜커덕거리기 시작했다. 잠비아에 이어 가나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이 지역이 도미노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화가치 추락,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급증 등 3중고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시간표를 내놓을 경우 외국인 자금 탈출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존 마하마 가나 대통령은 "경제안정을 돕고 가나 세디 가치의 추락을 막기 위해 IMF와 구제금융 지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IMF 지원 프로그램 없이 자력으로 위기극복을 장담하던 기존의 방침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가나는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사하라 남쪽 국가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정도로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외국인 자금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나 화폐인 세디화 가치는 올 들어 달러화 대비 40%나 추락했다.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흐리브냐화, 시리아의 파운드화 등보다 더 큰 폭락세다.

가나의 경상적자 규모 역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2%에 달했다. 중국 등 세계 경제 둔화의 여파로 주요 수출품인 금·원유·코코아 등 원자재 수출 가격이 하락한 탓이다.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 역시 GDP의 10.1%로 3년 연속 두자릿수를 기록했으며 국가부채 또한 2006년 GDP의 26%에서 지난해 말 61%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은 15%에 이르렀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가나 정부는 지난 2년간 공무원 임금을 75% 가까이 올렸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축소 약속을 지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의 라지아 칸 아프리카 리서치 수석은 "IMF 프로그램이 투자가들을 어느 정도 안심시키겠지만 세디화 추락 추세를 진정시킬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잠비아 역시 금융위기 직전에 빠지면서 지난 6월 이래 구제금융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잠비아는 전체 수출의 60%에 달하는 구리 가격의 하락 여파로 재정적자가 2005~2012년 평균 2.3%에서 지난해 6.8%로 치솟았다. 잠비아 화폐인 크와차 가치도 올 들어 10% 이상 하락했다. 중국 특수에 힘입은 원자재 수출 증가만 믿고 국채 발행을 늘렸다가 경제위기 직전으로 몰린 것이다. 런던 소재 스피로국채전략의 니컬러스 스피로 전무는 "가나와 잠비아는 유동성 거품 시기에 무책임한 정책을 편 결과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프런티어시장이 유망하다고 보는 해외 투자가들도 가나와 잠비아처럼 재정적자 등의 문제가 부각된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서는 구애 공세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사정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도 마찬가지다. 코트디부아르·케냐·세네갈 등은 고위험·고수익 채권을 찾아 선진국 자금이 몰리자 너도나도 국채발행 행렬에 동참한 상태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국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110억달러에 이어 올 들어 지금까지만 60억달러에 이른다. 또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따르면 국채발행 등을 통한 해외자금 유입규모는 올해 843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국가의 경제규모를 감안하면 무시 못할 액수다.

이 때문에 연준이 이르면 오는 9월 금리인상 신호를 내놓을 경우 막대한 국채발행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도미노 금융위기를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최근 "글로벌 금리가 오르면 몇몇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부 충격에 노출되면서 시장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고질적 문제인 정정불안도 악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케냐의 경우 알카에다와 연계된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잦은 테러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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