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용경색 위기에도 불구하고 미국 헤지펀드로 자금이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시카고 소재 헤지펀드연구소(HFRI)의 보고서를 인용, 올 3ㆍ4분기까지 미국내 헤지펀드로의 신규자금 유입규모가 1,64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ㆍ4분기까지 헤지펀드로의 신규자금 유입은 1,260억달러에 그쳤다. 신문에 따르면 올 여름 서브프라임(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가장 심했던 3분기에만도 450억달러가 헤지펀드로 새로 유입됐다. 유입된 자금의 71%는 대형 헤지펀드사로 들어 갔으며, 이들 회사들은 평균 5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한다. 지난 10월 주요 주식시장에 투입된 주식형 헤지펀드들의 평균 수익율은 2003년이래 최고수준인 13%에 달했다. 올해 전체로는 약 10.5%로 추산됐다. 신문은 이처럼 헤지펀드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오히려 수익창출 기회가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브프라임 부실 파동을 일찌감치 예감한 헤지펀드들은 일치감치 이와 관련된 증권자산을 처분하고 특정 주식을 집중 매입해 짭잘한 재미를 본 데 이어 최근엔 석유, 금, 통화 및 이머징 마켓 투자로까지 손을 뻗쳐 가고 있다는 것. 사이언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사의 존 라이거스는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 서브프라임 충격으로 당혹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이 같은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호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현재 미국 펀드업계가 재편기를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반적인 시장 상황 악화로 분위기가 크게 위축돼 있지만 국제 원유가의 강세 행진이나 미 달러화의 급락 등은 헤지펀드들에게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좋은 토양을 제공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펀드간에 차별화 양상도 심화되고 있다. 신규 펀드나 규모가 작은 중소 헤지펀드들은 자금 모으기가 어려워진 반면, 안정성이 확인된 대형 펀드들로는 오히려 자금이 몰리고 있다. HFRI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전세계적으로 600개의 헤지펀드가 새로 출발했지만, 이는 2003년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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