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는 고위험 방사능 물질이어서 저장시설 마련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방사능 위험이 훨씬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로 이미 큰 곤욕을 치른 정부로서는 더욱 골머리를 앓아야 할 난제다. 정부는 지난 2004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용후핵연료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며 임시저장시설 공간을 빼곡히 채워나가고 있다. 2016년 고리원전을 필두로 총 4개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순차적으로 꽉 찰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학회는 임시저장시설의 저장능력을 최대한 키우더라도 2024년 이후는 버티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안은 중간저장시설이다.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해 다시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영구처분이 아니라 중간저장시설에 보관해야 한다. 중간저장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기존 4개 원전부지 내에 중간저장시설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분산식이다. 다른 하나는 특정 지역을 지정해 시설을 짓고 한곳에 보관하는 집중식이다. 지난해 원자력학회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집중식 중간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행정절차ㆍ설계ㆍ실제건설 등 약 10년이다. 분산식으로 건설한다 해도 6년이 걸린다. 따라서 임시저장시설의 한계인 2024년에 맞추려면 집중식의 경우 늦어도 2014년부터는 건설에 들어가야 하고 분산식은 2018년에는 시작해야 한다.
정부의 원전확대 정책이 유지될 경우 앞으로 사용후핵연료는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게 돼 있다. 이번 여름 전력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원전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 역시 선택사항이 아니다. 저장시설 건설 문제 논의는 지금 시작해도 늦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