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무총리실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 입ㆍ출항 기술검증위원회’가 4차례의 회의를 거쳐 합의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한 기술검증 결과보고서를 보면 현재 설계대로라면 해군이 약속한 15만t 크루즈 선박의 입ㆍ출항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이다. 검증위가 지적한 내용은 항만의 입ㆍ출항 한계풍속(최대 풍속), 크루즈 선박의 황풍압(선박이 옆으로 받는 바람의 압력) 면적, 선박 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항로 법선 등이다.
검증위는 그러면서 현재의 설계 조건에서 선박조종 시뮬레이션의 운항난이도를 검토해보니 15만t급 크루즈 여객선이 서방파제를 입ㆍ출항할 때의 운항난이도(기준 1∼7등급)가 각각 7, 6등급으로 최고 난이도에 해당돼 여객선이 자유롭게 입ㆍ출항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증위의 보고서가 제주도 ‘민ㆍ군 복합형 민항시설 검증 태스크포스’가 지난해 9월 제기한 해군기지 설계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인정한 셈이다. 이에 따라 검증위가 공식적으로 설계 오류를 인정함에 따라 해군이 그 동안 줄곧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 온 해군기지 설계의 재검증이 불가피하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민주통합당은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4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기로 방침을 세워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정부는 상당수 주민이 반대하는 해군기지 건설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군기지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민ㆍ군 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9년 4월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 등 3자가 협약서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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