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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유감


지난 23일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 조치 의무(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러한 실명제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해당 법률에 규정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의한 불법정보 삭제ㆍ임시조치, 그 밖에 사후적 손해배상 또는 형사처벌로 피해자 구제가 해결될 수 있으므로 실명제 운영은 지나친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의 효과가 명백해야 하는데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정보 게시가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고 국내 이용자들이 외국 사이트로 도피하고 이로 인해 국내 사업자가 해외 사업자보다 차별받았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이러한 실명제 운영이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정보 자기결정권, 언론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으로 보았다.

표현 자유만 강조… 타인 명예엔 소홀

필자는 헌재의 판시에 대해 몇 가지 반론을 제기하려고 한다. 첫째, 헌재의 판시에는 언론 피해자의 명예권이나 불법정보 유통 방지에 대한 숙고가 부족하다. 헌재도 인정하고 있듯이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 언론의 부작용인 타인의 명예권 침해나 불법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헌재의 판시에는 이러한 인터넷 언론에 의한 피해자의 인격 보호와 불법정보 억제라는 공공복리를 치밀하게 고려한 균형 잡힌 시각을 찾아볼 수 없다. 헌재는 일방적으로 표현의 자유의 절대성을 강조하고 미국 등 선진국의 예를 들어 우리 제도의 후진성을 지적하는 데 그치고 있다. 우리 헌법에는 언론의 자유뿐만 아니라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에 의하면 '언론ㆍ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헌법이 보호하는 중요한 가치인 타인의 명예나 공중도덕은 표현의 자유만큼 중요한 공익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헌재의 불균형적 접근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둘째, 헌재는 외국 제도와의 지나친 비교를 통해 우리 제도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언론 피해의 경험을 이미 많은 국민과 헌재가 잊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인터넷의 언어폭력으로 자살하는 등 문제가 있는 우리의 특수한 언론 상황을 제도에 반영한 것이 인터넷 실명제이다. 외국의 경우 법적 기준이 분명하고 변호인들의 적극적 활동으로 인해 감히 공적 언론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타인에 대한 비방을 쉽게 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나라와 같은 인터넷 게시판 문화가 널리 퍼져 있지 않고 게시판이 운영되는 경우 서비스 제공관리자의 엄격한 감독하에 운영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제한적 인터넷 실명제는 이러한 게시판 관리의 한국적 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제도와 비교해 낯설다고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은 우리만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피해자 보호·자율규제 등 강화해야

이와 같은 필자의 반론은 이미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진실을 담은 호소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위헌 결정 이후 제도 전반에 대한 수정과 개혁을 할 경우 필자의 진정성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 의무제가 위헌으로 폐지되지만 인터넷 피해자 보호와 불법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다른 조치들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청소년보호책임자제도를 보다 실효성 있게 실시해 인터넷 문화를 건전하게 발전시켜야 하겠다. 또한 인터넷 유해 문화를 막는 많은 민간단체 설립과 이들을 통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이버 공간의 자율 규제가 활성화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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