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마른장마에 유속이 느려진 한강 하류에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행주대교에서 양화대교까지 내려진 조류경보는 잠실대교까지 확대됐다. 가뭄으로 팔당에서 내려보내는 물이 예년 평균의 40% 수준인 반면 탄천·난지도·서남하수도장 등에서는 하수가 매일 400만톤 이상 한강으로 들어온다. 낙동강 녹조는 벌써 4년째 고통을 주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했지만 완공 3년이 지나도록 수질 개선은커녕 낙동강 전 구간에 해마다 녹조 비상이 걸리고 있다. 녹조 해법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김동언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장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적 접근 필요
4대강 보 수문 열고 강물 흐르게 해야
"아빠, 강물이 초록빛이야!" 아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뒷좌석에서 한강의 녹조를 본 아이의 외침이다. 한강은 여름철 서울시민이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휴식공간이지만 녹색의 물결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한 곳에서는 역한 냄새도 풍긴다. "살다 살다 이렇게 심한 녹조는 처음 본다"는 어르신의 낯빛은 파랗게 질렸다.
4년째 녹조로 몸살을 앓아온 낙동강에는 올해 이미 5월 중순부터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한강 하류에서도 조류경보제 도입 이래 첫 조류경보가 지난 6월30일 발령된 후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며 녹조가 확산되고 있다.
녹조는 영양염류가 하천에 유입되고 수온이 상승한 가운데 유속이 느려지면 발생한다. 한강 하류에 발생한 녹조는 팔당댐 방류량이 평소보다 56% 줄어든 상태에서 6월26일 내린 20㎜의 비가 하천오염을 가중시켰고 신곡수중보의 물 흐름이 막혀 발생했다. 가뭄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는 있으나 가뭄 탓만 하는 것은 낙동강처럼 해마다 반복될 수도 있는 녹조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시작할 때 홍수와 가뭄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많은 물을 가둬놓으면 수질이 개선된다고도 했다. 정부는 7월6일 낙동강 강정고령보~창녕함안보 구간에서 보의 문을 열어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물을 방류하는 '펄스 방류'를 실시했다. 조류 발생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펄스 방류를 채택한 것은 4대강 사업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펄스 방류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으나 그야말로 일시적이다.
문제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가 상수원까지 위협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4년 모든 정수장에 고도 정수처리시설을 완비했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해도 먹는 물은 안전하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상수원을 보호하는 것이 먼저지 추가로 예산을 들이고 시설과 장비·약품을 써서 먹는 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해결책일 수 없다. 또한 서울시는 한강 하류로 유입되는 영양염류를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장 보강(총인처리시설 설치)을 앞당기기로 했다. 이 또한 많은 예산을 들여야 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상식적인 이야기를 일부 환경단체들의 과격한 주장으로 치부하기 전에 홍수와 가뭄을 해결한다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들은 그 결과물들이 이번 녹조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 물을 가둬놓은 채 예산을 들이고 시설을 갖춘들 물이 얼마나 깨끗해지겠는가.
인공시설로 인해 일어난 문제를 또 다른 인공시설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이제 멈춰야 한다. 오히려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이 지름길이 될 수 있다. 강에 모래톱과 여울이 살아난다면 그만한 정화시설이 또 있겠는가. 강을 이용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서식처로, 사람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갈 공간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가뭄 탓을 하려면 차라리 기우제를 지내자. 녹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4대강 보의 수문을 열고 지난 30년 가까이 한강 물길을 막아온 신곡수중보를 철거해야 한다. 녹조뿐 아니라 끈벌레 출현 등 각종 환경 재앙이 나타나는 지금, 강의 미래를 다시 설계할 때다.
● 이순화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체류시간 문제 이슈화, 정치 공방일 뿐
소모적 논쟁 대신 과학적 해결법 모색을
매년 여름철마다 우리나라의 강과 저수지는 녹조 문제로 홍역을 앓는다.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녹조 발생 원인에 대한 공방만 무성하다.
녹조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어느 한 가지 원인이 녹조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면 해결도 쉬울 수 있으나 녹조 발생 원인은 수온·영양염류·일사량·체류시간·강우량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각 원인의 기여율도 차이는 있겠지만 월등하지 않다. 또한 녹조 발생은 기상 조건과 오염물질 유입 조건에 따라 매년 발생 양상이 달라진다. 지금까지 여러 진단과 대책이 시행됐지만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환경청(EPA)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부영양화 문제 예방을 위해서는 녹조 발생 원인 중 하나인 인의 농도를 0.020∼0.035㎎/L 이하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낙동강의 평상시 총 인 농도는 이를 훨씬 웃돌고 있고 비가 오면 함께 유입되는 비점오염원(다양한 곳에서 빗물과 함께 유입되는 오염원)의 영향으로 부영양화 기준의 수십 배를 초과하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녹조 문제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낙동강 달성보의 물질수지(오염물 유출입량)를 조사해보니 70∼80%가 상류에서 유입되고 10∼20%는 지류에서 유입되며 내부 부하는 약 5%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외부 유입 오염원의 부하 비중이 높은 것은 낙동강의 경우 전체 유역이 넓어 지류·지천에서 유입되는 영양염류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의 문제도 크다. 대구와 같은 대도시에도 합류식 하수관거가 설치돼 비가 오면 우수와 하수가 섞여 처리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처리장 규모를 초과하는 양은 그대로 낙동강 본류로 유입된다. 강우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부하량은 평상시의 수십 배 이상으로 증가한다. 부하량은 유량과 수질의 곱이고 유량과 수질은 비가 오면 모두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의 해결 없이 체류시간만 줄인다고 녹조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 녹조는 수온·영양염류·일사량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강 하류 구간에서 15년 만에 발생된 조류경보의 원인도 가뭄으로 인한 팔당댐 방류량 감소와 영양염류의 축적으로 귀결되고 있다. 따라서 녹조 발생에 체류시간은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나 보 철거나 재자연화, 수문 완전 개방만이 능사라는 주장은 녹조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의 소모적인 논쟁만 이어갈 뿐이다. 관계기관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철저한 조사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관계기관별로 적절한 역할분담을 해 대책을 시행할 때 또 다른 시행착오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지류·지천의 오염 문제는 환경부와 관할 지자체가 개선해야 하며 유속 확보를 위한 댐, 보, 농업용 저수지의 연계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와 K-water가 개선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에게 녹조로부터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수처리도 강화해야 하며 조류독소 등 원·정수의 수질분석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