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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7일] 중국 경제정책의 이율배반
입력2009-05-06 17:36:56
수정
2009.05.06 17:36:56
“중국 정부의 8% 성장률 확보 정책이 투자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산하의 시사주간지인 랴오왕(瞭望)은 최신호에서 “중국 31개 성시 중 11개 성ㆍ시가 1ㆍ4분기 두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는 모두 과도한 투자를 일삼은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과잉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랴오왕의 이 같은 지적은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중국 경제팀이 요즘 일관되게 보내는 신호는 ‘확장적 경제정책’의 지속으로 랴오왕의 경고와는 사뭇 다르다. 셰쉬런(謝旭人) 중국 재정부 부장은 지난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례회의에 참석해 “중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여전히 심각한 도전해 직면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내수진작에 계속해서 총력을 쏟겠다”고 말했다. 또한 인민은행은 같은 날 ‘2008년 금융시장보고서’를 통해 “세계 금융위기의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내수진작을 위해 금융대출과 재정지출을 늘리고 투자를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올해 8%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다.
공산당 기관지는 ‘과잉투자’를 경고하고 정부에서는 ‘투자확대’를 강조하는 이율배반이 연출되는 것은 중국에서 다반사다. 최근에는 광둥성이 노동절 황금연휴의 부활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중앙정부에 제동이 걸렸고 중앙정부가 추진했던 ‘녹색 GDP’ 정책이 지방정부의 반발에 좌초되기도 했다.
올 들어 중국 정부의 추가부양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도 한두번이 아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거듭해서 추가부양책을 시사했다. 3월 전인대 기간과 4월 중순 국무원 상무회의에선 추가 부양책에 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유력한 관측이 제기됐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이 혼돈 속에서도 중국의 4월 제조업구매지수(PMI)가 두 달 연속 기준치를 넘어서고 소비경기가 회복됐다. 결과론이겠지만 추가부양책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어쩌면 공산당 기관지인 랴오왕의 이번 ‘경고’ 역시 구두 경고로 일부 지역의 투자과잉을 간단히 잠재우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칼을 뽑지 않고도 나무를 베는’ 중국 정부의 정책 구사가 지금까지는 괜찮은 흐름을 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말잔치가 잦다 보면 양치기 소년이 되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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