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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성동구 송전동 SR센터는 직원들이 꽈배기처럼 꼬인 노란 고무줄에 달린 드라이버로 쉴 새 없이 폐가전제품을 잘게 분해하느라 분주했다. 구석구석에서 망치로 '탕, 탕, 탕' 소리를 내며 플라스틱을 두 동강 내고 있는 직원들은 장애인·노숙인·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들로 구성돼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는 지난 2009년 12월 폐가전의 안정적 처리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휴대폰, 소형 폐가전 등을 분해해 재활용하는 SR센터를 설립했다. 가정에서 배출한 소형 폐가전은 서울시 지자체별 집하장에서 센터로 운반된다. 센터에서 걸러낸 1차 추출물은 재활용업체 및 제련업체에 납품된다. 세탁기·냉장고·모니터 등의 대형 폐가전은 분해작업을 하지 않고 해당 업체에 곧바로 넘긴다. 현재 리튬ㆍ인듐ㆍ팔라듐 등 희귀금속 자급률이 9%에 불과해 휴대폰·TV 등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희귀금속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현 SR센터 이사는 "폐가전제품은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에 필수적인 희귀금속을 함유하고 있다"며 "폐가전의 회수는 자원 확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SR센터는 한 달에 평균 200톤의 폐가전과 4만6,000톤의 폐휴대폰을 처리해 월 2억원이 넘는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액 중 운영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인 3억2,000만원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김치헌 SR센터 사업단장은 "SR센터 직원의 92%가 취약계층"이라면서 "사회소외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해한 모터에서 구리를 추출하는 작업을 맡은 지적장애 2급 강현구(28)씨는 "땅 속에 파묻힐 뻔한 '환경쓰레기'를 내가 직접 '청소'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지체장애 1급인 이철용(57)씨는 "그렇잖아도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자원을 재생산하는 일에 앞장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30도를 넘어서는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동의 즐거움을 느끼는 듯했다. 올해 센터는 폐가전 처리 목표를 3,000톤으로 상향 조정했다. SR센터 제2·3공장을 연이어 건립할 계획이다. 김치헌 사업단장은 "한 해 동안 나오는 폐가전을 땅에 묻는 대신 센터가 수거하면 축구장 하나를 새로 얻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센터 공장이 더 들어서면 그만큼 서울시가 깨끗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서울에 폐가전 재활용센터가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앞으로는 폐가전제품 재활용의 중요성을 적극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도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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