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6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 물가와는 전혀 딴판일 정도로 밥상 물가가 뛰면서 서민 경제의 주름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월 말 시작되던 장마도 올해는 7월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채소 값이 더 뛸 여지도 있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조사를 보면 배추 가격은 포기당 2,393원(지난 8일 기준)으로 1년 전(898원)보다 무려 166.4%가 올랐다. 개당 무 가격도 1,323원으로 지난해보다 42.7% 뛰었다. 대파(1㎏)는 2,551원으로 149.1% 비싸졌고 △마늘(31.9%) △감자(41.3%) △양파(79.7%) △양배추(267.8%) 등의 가격도 무섭게 올랐다.
채소 값 상승의 원인은 가뭄이다. 강원과 경북 등 배추와 감자 작황 지역에 강수량이 부족해 생산이 크게 줄었다. 봄배추 주산지인 강원도 영월을 비롯해 영양 등은 5월 강수량이 평년의 30%에도 못 미치고 있고 인천 강화와 경기 파주 등 수도권의 가뭄은 더 심각하다. 문제는 이달도 비가 내리지 않은 마른 날씨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 이달 비가 오지 않으면 7월과 8월 출하되는 여름 채소의 생육이 부진해 채소 값은 더 오른다. 이 때문에 지독한 가뭄으로 채소 값이 고공행진을 했던 지난 2012년의 악몽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실제 이달 8일 기준 강원도 평창과 횡성 등 고랭지 지역의 배추와 무 파종률은 전년의 4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여름에 출하되는 고랭지 배추 주산지인 대관령은 지난달과 이달까지 강수량이 17㎜에 그쳐 파종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가뭄이 심각한 강원도 지역의 경우 고랭지 무와 감자의 출하시기인 8월에 이들 채소의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파도 주요 생산지인 경기 여주와 포천 등의 가뭄으로 7~8월 출하량 급감이 점쳐진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대책상황실을 확대 편성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뭄 지역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또 계약재배 사업을 농협에서 대형마트와 가공업체·학교급식센터 등으로 확대하는 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당장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채소 출하 대란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흉작을 막을 길이 없다"며 "만약 올해 장마가 늦어지면 여름철 채소 값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가뭄이 다음달까지 이어지면 논농사(쌀)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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