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내 물동량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LA)와 롱비치 등 두 곳의 항만노조가 엿새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전미소매협회(NFR)는 이번 파업으로 하루에 10억달러씩 지금까지 총 60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업은 노사 간 고용갈등에서 비롯됐다. 국제항만창고노동조합(ILWV) 측은 최근 몇년간 51개의 직위가 아웃소싱으로 사라졌으며 800여명의 노동자들이 30개월 이상 고용계약서 없이 불안정한 고용상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ILWV는 협상에서 사측이 19만달러 규모의 임금ㆍ복리후생 증진안을 제시했지만 "임금 때문에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LAㆍ롱비치 항만고용자연합은 "사측은 일자리 아웃소싱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달래면서도 "노조의 본심은 비정규직을 영구 고용하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는 미국 소비자들이 모처럼 지갑을 여는 연말 쇼핑시즌에 이 같은 악재가 덮쳤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으로 운송비가 오를 경우 연말 폭탄 세일로 낮아진 물건 가격이 원위치로 돌아가면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실제 컨테이너 선박들이 오클랜드와 시에틀ㆍ캘리포니아의 다른 항만으로 우회하는 과정에서 운송기간이 늘어나고 음식이 썩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마틴어소시에이트의 존 마틴 이코노미스트도 "선박 한대당 하루를 더 운송하는 데 7만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유럽 무역의 교두보격인 동부지역 항만도 파업대열에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과 뉴저지 항만의 ILWV도 서부에서 진행되는 협상에서 새 타협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다음달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동부의 ILWV는 당초 고용조건 개선 등을 위해 파업을 검토했으나 지난 10월 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이를 보류한 상태다.
항만산업이 지역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항만 운영이 멈출 경우 철도와 트럭 운행은 물론 식당 매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3일 중국망은 LAㆍ롱비치 항만이 직접적으로 총 120만개의 일자리와 연관돼 있고 식당 등 지역상권도 포함할 경우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현재 서부지역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동부지역도 파업에 동참할 경우 지역경제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유관단체는 중앙정부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NFR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하루빨리 교역 정상화를 이끌어내라고 촉구했다. NFR는 2002년 동부해안에서 열흘간 계속된 파업으로 총 100억달러의 손해가 나고 피해복구에 6개월이 걸린 쓰라린 경험이 되풀이될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들도 노사 양측과 접촉하며 갈등을 풀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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