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새 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IFRS 관련 국제기구에 전문가들을 진출시켜 우리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권승화(사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대표는 "조선산업의 사례에서 보듯 IFRS 제정과정에서 국내 산업의 특성과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며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IFRS에 국내 업체의 뜻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2018년 동계올림픽의 평창 유치 쾌거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 국내 인사들과 김연아 등 유명선수의 힘이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금융당국과 기업도 힘을 합쳐 IFRS 내 국내 인사 진출을 늘려 앞으로 있을 IFRS 변화 추세에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우리가 다른 나라에 앞서 IFRS를 정착시킬 경우 회계 투명성이 높아져 기업들의 자금조달도 한결 쉬워진다"며 "도입 초기에 다소의 혼란이 있다고 해서 기업들이 투자를 소홀히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언스트앤영 한영회계법인 본사에서 IFRS 정착과 회사의 성장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권 대표를 만나 업계 현안 등을 들어봤다. 권 대표는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를 하면 할수록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는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국제회계기준재단(IFRSF) 이사로 임명돼 있으나 IFRS 규정 제정 당시에는 그렇지 못해 국내 조선산업의 특정과 상황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며 "IFRS 의결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와 이사회, 해석위원회(IFRSIC) 등에 국내 인사를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IFRS와 관련된 기구에는 모두 55명의 의원과 이사가 있다. 미국의 경우 13명이 활동하고 있고 유럽도 16명이 관련 기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에서도 각각 6명과 4명이 파견돼 활동하고 있다. 인도나 호주ㆍ남아프리카공화국ㆍ브라질 등도 2~3명의 인사를 IFRS 관련 기구에 파견하고 있다. 권 대표는 "현재 수익인식 방식을 비롯한 일부 기준의 개정을 놓고 미국과 유럽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어 앞으로 IFRS가 변화될 여지가 있다"며 "다소의 출연금 부담을 하더라도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회계법인들이 더 활약을 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IFRS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4대 회계법인 매출을 다 더해도 글로벌 시장의 1%에도 못 미치고 있어 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다른 나라에 앞서 우리가 제도를 정착시킬 경우 K팝 못지 않은 효자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등이 미적거리는 사이 우리가 IFRS 기술을 발전시키면 캐나다와 태국 등으로 얼마든지 수출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IFRS 선제 도입의 최대 장점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꼽았다. IFRS 도입으로 회계 투명성이 높아질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져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한층 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에 지출되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국내외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자금을 조달하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며 "IFRS의 성공적 도입은 국내 기업에 용이한 자금조달은 물론 국가별 회계기준이 달라 생기는 이중 서류 작성에 대한 비용도 감소시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IFRS 정착을 위해 기업들의 인식 전환도 주문했다. 그는 "최근 경기 불확실성으로 IFRS 투자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현재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앞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미래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전문가 육성 등에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FRS 도입은 금융당국은 물론 기업에 어려운 부분 중 하나입니다. 그 중 여전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에는 힘든 과제로 다가설 수 있습니다. IASB와 같은 IFRS기구에 적극적으로 국내 의견을 반영하고 한편으로는 전문인력을 육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현재의 IFRS 도입은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한 요소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 권 대표는 "앞으로는 한국형이나 호주형, 일본형 등으로 IFRS가 발전할 수 있지만 현재는 하나의 룰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줄다리기 과정에서 앞으로 IFRS가 어떠한 모습으로 변모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 대표는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 회계 선진국의 움직임에 따라 IFRS가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대응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이럴 경우 글로벌 회계시장의 중심이 아닌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는 부작용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선제적 대응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 회계시장의 중심에 접근하는 게 미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유리하다"며 "글로벌 회계시장이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다른 나라들이 IFRS에 적극적이지 않을 때 먼저 나서 관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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