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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시간 부족… 무리한 치적 홍보… 방산, 끝모를 뇌진탕 증세

■ 무기 도입 비리 무엇이 문제인가

국산 전차·어뢰 등 개발기간 10년도 안되고 실험용 태부족

구매만 하고 훈련·운영 등한시

예비역 장성 브로커, 비리 온상… 로비업체 등록제 등 투명화 필요


잇따라 터져나온 주요 무기 도입 과정에서의 비리와 결함으로 무기 도입 투명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타당하지만 잘못 알려졌거나 왜곡된 부분, 이해가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주로 외국제 무기와 부품 구입과정에서 예비역 장성이 브로커로 끼여 발생하는 무기 도입 비리를 국산 방위산업계의 비리인 양 '방산비리'로 통칭되는 게 대표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돈과 시간'에 있다. 무기체계의 고도화하면 가격이 오르고 검증에 긴 시일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조급함과 과도한 기대, 무리한 치적 홍보가 맞물려 왜곡되기 쉽다는 것이다.

◇예산과 시간 부족이 낳은 예고된 비극=국산 무기의 성능 결함은 예고된 것이 마찬가지다. 미국은 M-1 에이브럼즈 전차를 지난 1979년 처음 생산하면서 초도 실험용으로 100대를 뽑아 온갖 지형에서 혹독한 조건으로 굴렸다. 독일과 공용전차 개발계획(MBT 70) 개발기간을 포함하면 개발에서 12년 이상 걸렸으나 국산 흑표(K-2) 전차 개발에 걸린 시일은 7년이다. 실험용도 고작 3대에 불과했다. '뇌진탕 걸린 국산 어뢰 홍상어'도 문제가 나타나기 전까지 실험 발사가 10발도 채 안 된다. 결국 8발을 더 발사하고서야 문제점을 보완했다. 해외에서라면 개발 과정이나 초도 배치에서 검증될 수 있는 문제였다. 무기를 도입한 뒤 실사격 훈련이 극히 드문 한국적 특수 상황은 지난달 4일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경비정에 맞선 해군의 최신예 유도탄고속함에서 76㎜주포와 40㎜부포가 동시에 사격 불능에 빠지는 사태까지 빚었다. 인수 직후 사격 연습이 충분했으면 문제를 막을 수 있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탄 발사에 비용이 들어가니 아끼려다 무기의 성능을 장병들이 숙지하지 못해 실전에서 먹통이 돼버리는 사태를 빚은 셈이다.

◇무기만 사고 훈련·운영은 등한시=전력 강화 예산은 주요 무기 도입에만 배정되고 후속 예산은 따라주지 못하는 구조는 함포 불량뿐 아니라 주한미군의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동두천 캠프케이시에 주둔한 미 210화력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지 못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210화력여단이 보유한 다연장로켓은 한국군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군의 자주포보다는 더 성능이 뛰어난 자주포를 1,000여대 가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정찰과 감시 전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약하다. 눈에 보이는 부문에만 투자한 결과다.



◇무리한 치적홍보가 낳은 참극='국산 무기'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높다는 연장선으로 검증이 필요한 초도 양산품도 '명품'으로 부풀리고 역대 통치자마다 치적으로 삼는 과정에서 기대는 더욱 부풀려지고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실망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국산무기의 '방산비리'가 아니라 '해외무기 도입비리'=비리의 대부분은 국내 방위산업체가 생산한 국산무기가 아니라 예비역 장성들이 브로커로 끼여 해외에서 무기를 도입하는 경우에 일어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종합비리세트로 지적된 통영함의 경우도 해외 조달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해외도입 무기의 경우 단가가 높고 조달 규모가 커 비리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방산 로비업체 등록제 등 투명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국산 무기가 설 땅을 잃으면 외국 무기상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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