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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MB정부의 험난한 출발
입력2008-02-20 16:53:17
수정
2008.02.20 16:53:17
흔히들 사람의 운(運)을 말할 때 말년운을 최고로 친다. 좋은 환경의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움 없이 자라며 초년기를 보내고 중장년기에 돈을 많이 벌고 출세를 해도 말년이 형편없으면 속된 말로 말짱 꽝이다. 그런 사람의 말년은 상대적으로 더 초라하고 쓸쓸하다. 실패한 인생이다.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안타깝다.
반면 초년의 삶이 더없이 어렵고 힘들어도 말년이 좋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고생 끝의 성공은 더욱 값지고 빛이 난다. 성공한 인생이다. 온갖 고난을 뚫고 큰 성취를 일군 사람들의 해피 엔딩 스토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준다.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흘 후 우리 정치사에는 굵직한 기록이 또 하나 새겨진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과거가 되고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우리 앞에 현실로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시작은 참으로 험난하다. 그는 우리나라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큰 표차로 경쟁자를 제쳤다.
국정운영에 있어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만큼 큰 무기는 없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앞에는 거칠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은 그렇지 않다. 외환위기로 거덜 난 경제를 물려받고 총리인준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만큼이나 어렵게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당선인은 당선되고나서도 BBK, 부동산문제 등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에 대해 특검 수사를 받았다. 무혐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특검 결과를 그대로 믿지 않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대통령직인수위원들이 언론인 성향조사, 고액 부동산투자자문, 향응 등으로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잡음은 이 당선인과 새 정부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 당선인에 대한 지지율은 조금씩 떨어졌다. 그래도 이런 사건들은 액땜이라고 치자.
정말 큰 문제는 대통령이 자신과 함께 일할 정부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임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경제와 ‘일전’을 벌여야 할 판이다. 경제회생은 국민들의 절대적인 요구사항이다. 이 당선인도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으며 여기에 전력 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또 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세계 금융시장을 온통 뒤흔들고 있고 그 여파가 실물경제 쪽으로 밀려들고 있다. 중국 리스크도 부담이다. 원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는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 내부여건도 만만하지 않다. 일자리는 좀체 늘어나지 않고 있다.
무역수지는 두달째 적자를 기록했고 증시 움직임과 물가오름세도 예사롭지 않다. 소비도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친화적 정부를 천명한 이 당선인에 대한 기대로 모처럼 꿈틀대던 기업들의 투자확대 움직임도 다시 꺾일 가능성이 크다. 하반기로 갈수록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경기가 더 가라앉지 않기만 해도 다행인 상황인 셈이니 신속하게 대열을 정비해 비상한 각오와 자세로 덤벼들어야 할 판이다. 그런데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전열구축에 차질을 빚었다. 누구 같았으면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말이 나와도 여러 번 나왔을 법하다. 여야의 뒤늦은 합의로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동안 이 당선인이 겪은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아주 고생을 많이 하면서 컸지만 환경을 탓하지 않고 성실ㆍ부지런함ㆍ끈기로 역경을 극복하고 대통령 자리까지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취임 전후에 겪는 이런 저런 어려움은 자만과 방심을 경계하라는 채찍으로 훗날의 성공을 위한 시련일지 모른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이 있다. 이 당선인의 임기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이 당선인 스스로는 물론 국민들을 위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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